(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여름의 열기와 습기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큰 스트레스다. 매서운 속도로 트랙을 질주하며 강한 체력을 요구받는 '경주마'도 예외는 아니다.
말은 여름철 체온이 높아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식욕까지 떨어진다. 사료를 남기는 일이 잦아지면 체력이 쉽게 소진되고 운동 능력도 함께 저하된다.
특히 한낮의 뜨거운 햇볕 아래 장시간 노출되거나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지속하면 탈이 나기 쉽다.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경주마들에게 여름철 '컨디션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격렬한 훈련을 마친 경주마들은 프로 운동선수처럼 세심한 관리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다리의 열기를 식히는 얼음 마사지가 진행된다.
특수 제작된 얼음 부츠를 착용하거나, 얼음물이 담긴 큰 통에 다리를 담그는 방식이다. 이후 다리 보호를 위한 석고 팩이나 황토 팩을 발라 회복을 돕는다.
영양관리도 철저하다.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사료에 미네랄을 첨가하는 것은 기본이다. 비타민제로 신진대사를 돕고, 홍삼·장어·새싹 보리 등 사람에게도 익숙한 보양식들이 말의 여름 체력 보충을 위해 동원된다.
경주마의 식단이 사람 못지않다는 얘기가 괜한 말이 아니다.

무더운 여름날 야외 트랙에서 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말에게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아무 운동도 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줄고 심폐 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 이럴 때 활용되는 훈련이 바로 수영이다.
수영은 단시간 내 높은 심박수를 유도하고 깊은 호흡을 유발해 심폐기능 강화에 효과적이다.
또한 시원한 물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체온을 낮추고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해소할 수 있어 최고의 효과를 낸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수영장은 여름철 '경주마들의 헬스장'이라 불린다.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더위에 익숙해지는 훈련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주는 한낮에 열리지만 국내 마방에서는 주로 이른 새벽 훈련이 이뤄지는 탓에 말들이 높은 기온에 쉽게 지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마방에서는 의도적으로 더운 오후 시간대에 훈련을 진행해 말의 체온 조절 능력을 높이고 실제 경주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말은 컨디션 변화가 크기 때문에 여름철 경주는 예측이 특히 어렵다"면서 "평소에 잘 달리던 말도 탈수,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으로 컨디션이 급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의 경주 성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최근 조교 모습을 확인해 보거나, 예시장 또는 기수 윤승 시 말의 걸음걸이나 행동을 잘 관찰해 컨디션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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