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뉴스1) 최재헌 기자 = 홍콩·상하이 은행(HSBC)이 미래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지목했다. 실물자산 토큰화로 유동성을 확보해 은행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해 양질의 금융 데이터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한 결제·송금 인프라를 통해 전 세계 은행 간 상호 운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광리 HSBC 디지털 혁신 총괄은 지난 10일부터 사흘 동안 싱가포르 래플스시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APEX 2025' 행사에서 "은행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문제는 수익성 확보"라며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을 위해 블록체인의 효용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 금융에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도입해 수익 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가상자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온 미국 투자은행 JP모건도 최근 고객 대출 담보 자산으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하는 등 은행들 사이에서 블록체인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HSBC 역시 블록체인, 가상자산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HSBC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채권 발행 플랫폼 '오리온'이 대표적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60억 홍콩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다. 또 같은 해 은행 최초로 금을 토큰화한 상품도 선보였다.
리 총괄은 "오리온은 실물 자산을 토큰화해 공공과 민간 모두에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며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많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큰화를 통해 투자 단위를 세분화하면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의 강점인 '투명성'도 미래 금융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꼽혔다. 리 총괄은 "오리온에서 발행한 녹색 채권의 투자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며 "정보의 개방성은 더 나은 투자 결정을 돕는다"고 전했다.
또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된 데이터를 기존 전산 시스템과 연동해 은행이 제공하는 월간 보고서 등의 품질과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리 총괄은 "블록체인의 데이터와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 고객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보고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경 간 결제와 송금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존 금융 인프라보다 낮은 비용으로 빠른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리 총괄은 "탈중앙화 기술은 미래 금융, 특히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웹3 기반 글로벌 결제 인프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을 활용한 결제·송금 인프라 마련 실험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리 총괄은 "JP모건은 퍼블릭, 프라이빗 블록체인 연결한 미국 국채 토큰 결제 실험에 성공했다"며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대부분의 은행이 이러한 관점에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며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규제 당국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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