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관세 1년] 투자로 고비 넘긴 韓경제, '이란전·중간선거' 뇌관 여전

수출 역대 최대 불구 대미수출 직격탄…'K자형 성장' 속 체감경기 '먹구름'
"보호무역주의 되돌리기 어려워…추가 요구 가능성에 경계 늦추지 말아야"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뉴스1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시작한 글로벌 관세전쟁이 1년을 맞았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으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컸으나, 결과적으로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완전히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0%에 그친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가 저성장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언제든 다시 강경한 관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2% 내외로 전망하지만, 이는 지난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 수치다. 여기에 중동전쟁 변수까지 겹치면서 실제 성장률은 1%대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은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인 7097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로, 인공지능(AI) 수요 폭발에 힘입은 반도체가 22.2% 급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인 1734억 달러를 올렸다. 자동차도 EU·CIS 등으로의 시장 다변화를 통해 전체 실적은 72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그러나 대미 수출만 놓고 보면 관세의 상처가 뚜렷하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자동차부품 등 관세 직격 품목을 중심으로 3.8% 감소한 1229억 달러에 그쳤다. 대미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특히 대미 자동차 수출은 13.5% 급감했다. 반도체가 두 자릿수 증가율로 버텨주지 않았다면 감소폭은 훨씬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거시경제 지표에서도 관세 충격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았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0%로 주저앉았다. 0%대 전망까지 쏟아졌던 초반 공포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관세 리스크가 성장률을 끌어내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0%에서 관세가 올랐으니 영향은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합의를 통해 한국에 부과되는 관세율이 일본과 같은 15%로 낮아진 만큼 예상보다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관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협상하고 투자 의지를 보이는 등 초기 대응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잘했다"고 평가했다.

본문 이미지 -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무너진 건물 앞에서 한 여성이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다.ⓒ 신화=뉴스1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무너진 건물 앞에서 한 여성이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다.ⓒ 신화=뉴스1

올해 성장률은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이 1.9% 내외를 전망하지만, 이는 2025년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 수치다. 반도체 중심의 'K자형 성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를 제외한 내수·수출 체감 경기는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합주 전역에서 민주당에 밀리는 등 불리한 상황이며,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외 강경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봉 교수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는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당히 안 좋다"며 "대법원이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다른 법적 수단으로 관세를 부과하려면 몇 달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중간선거 변수와 맞물려 관세 얘기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식 교수는 "앞으로도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과거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 합의된 관세율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작년보다 불확실성 자체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추가적인 요구가 이어질 수 있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란 전쟁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더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대비 0.4%포인트(p) 내린 1.7%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주요 20개국(G20) 중 영국 다음으로 하향 조정 폭이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상황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며 "현재는 이란 전쟁 이슈가 시장을 덮고 있지만,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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