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장기화 기로…韓경제 '고환율·고물가·저성장' 삼중고 압박

환율 1500원대 일시 진입하며 변동성 확대…유가 상승폭이 물가·성장 관건
호르무즈 해협 긴장 속 수입 부담 가중…장기화 여부 따른 시나리오 점검

본문 이미지 - 지난 2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에서 먼지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2026.03.02 ⓒ 로이터=뉴스1
지난 2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에서 먼지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2026.03.02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중동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유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과 운송비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동시에 기업 비용 부담을 키워 내수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실제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지는 유가 상승 폭과 사태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금·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려 최근 142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달러·원 환율도 다시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환율은 1466.1원으로 전장 종가(1439.7원) 대비 26.4원 상승 마감했다. 밤사이 연장거래에서는 1506.37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1500원 아래로 떨어졌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은 임시 지도체제를 구성하며 대응에 나섰다. 향후 군사적 충돌이 얼마나 확대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 내 일부 중동 전문가들도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맥스 부트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CFR 홈페이지 기고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건 쉽지만, 끝내기는 매우 어렵다"며 장기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이란 정부 붕괴를 목표로 할 경우 지상군 투입이 필요할 수 있으나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제한적 충돌이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일(현지시간) 이란 공습과 관련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능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외교적 중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확전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가 향후 사태 전개의 핵심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본문 이미지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원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2일(현지시간) 급등하고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원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2일(현지시간) 급등하고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장 큰 부담은 국제유가다.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기업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켜 성장 흐름을 둔화시킬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수출은 0.39% 감소하고 수입은 2.68%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약 70%, LNG의 약 20%를 중동에서 조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밀집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하는 핵심 수송로로,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20%를 차지한다. 해협 봉쇄나 수송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공급 위축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일평균 원유 수입량은 282만 배럴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연간 약 103억 달러의 추가 수입 부담이 발생한다. 이는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의 약 8% 수준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강세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전략비축유 활용, 미국 등 비중동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 대체 수송로 확보 여부 등은 충격을 일부 완화할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2.0%,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를 전망한 상태다. 국제유가가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날 경우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문 이미지 -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를 선언하는 등 중동 분쟁 격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일(현지시간)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6.28% 급등한 배럴당 71.23달러에, 5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6.7% 급등한 베럴당 77.74달러에 장을 마쳤다. 2026.3.3 ⓒ 뉴스1 최지환 기자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를 선언하는 등 중동 분쟁 격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일(현지시간)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6.28% 급등한 배럴당 71.23달러에, 5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6.7% 급등한 베럴당 77.74달러에 장을 마쳤다. 2026.3.3 ⓒ 뉴스1 최지환 기자

해외 투자은행들은 중동 사태 전개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공급 차질 발생 시 브렌트유 기준 120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해협 봉쇄 시 추가 상승 여력을 18달러 수준으로 분석했다. 일부 기관은 장기 봉쇄 시 150달러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진입할 경우 성장률이 약 0.3%p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p 이상 오르고 성장률은 0.3%p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는 '오일쇼크'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률은 2.9%p 오르고 성장률은 0.8%p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상수지 역시 767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0.8%p 낮춘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유는 대체 공급원이 존재하는 만큼 충격의 강도는 분쟁 양상과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원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한국 수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기적 충격에 그칠 경우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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