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감 일주일 전 '환율 소방수' 투입…환헤지로 1480원 저지선 친다

연말 1480원 넘기면 기업 재무제표 비상…결산 전 '레벨 관리' 총력
국민연금 환헤지로 달러 공급 확대…지준부리 등 가용 카드 총동원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4.40원(0.30%) 상승한 1,480.70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4.40원(0.30%) 상승한 1,480.70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외환당국의 전방위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1480원선을 돌파하며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 등 가용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시장의 막대한 달러 수요를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에 당국은 올해 장 마감을 일주일여 앞두고 '연말 환율 종가'를 낮추기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한 대규모 전략적 환헤지 유도 등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전망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80.1원에 마감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4월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기록했던 1480원대를 다시 넘어선 것으로,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았던 지난해 말 종가(1472.5원)마저 이미 추월한 상태다.

특히 원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REER)은 지난달 말 87.1까지 추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85.5) 이후 16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 상승이 단순히 단기적 수급 불균형을 넘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 약화와 대미 투자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친 '원화 약세의 고착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당국이 이처럼 '레벨 관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오는 30일 결정되는 '연말 종가'의 상징성과 실익 때문이다. 연말 종가 환율은 국내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이 내년도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기준이 되는 '결산 환율'이 된다.

환율이 높게 마감될 경우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은 원화로 환산한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는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는 등 실물 경제에 심각한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내부적 요인으로 환율이 불필요하게 올라간 부분이 있다"며 "변동성뿐 아니라 레벨(수준) 조율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5.12.3/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5.12.3/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가장 강력한 카드는 '큰 손' 국민연금이다. 당국은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를 통해 대규모 환헤지에 나서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시 현물환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지 않고 한은에서 빌려 쓰게 되면, 시장의 달러 매수 압력이 줄어든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내년 1월부터 금융기관에 외화예금 지준부리(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대규모 환헤지로 한은의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시중은행들이 달러를 더 많이 예치하도록 유도해 방어막을 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당국은 투기 세력에게 패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환헤지의 구체적 시기와 규모는 공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와 연말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네고) 물량이 합쳐진다면 연말 종가는 145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의 노력이 강제적 규제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시장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는 한 환율 추세를 돌리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결국 정부의 총력전이 연말 '환율 발작'을 잠재우는 단기 소방수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구조적인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선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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