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 경제가 뛰어난 서비스 기업과 유니콘 기업에 자본(돈)을 적절히 몰아주지 못해 자원배분 비효율성이 1990년대보다 오히려 3배가량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비효율은 우리나라 저성장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자본시장 구조개선과 과도한 한계기업 보호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9일 공개한 '산업별 자원배분의 비효율성과 생산성' BOK이슈노트에는 경제모형실 소속 이은경 차장과 정원석 과장, 김정욱·이솔빈 조사역의 분석이 실렸다.
한국은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를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TFP)이 오랜 기간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잠재 성장률이 1%대로 낮아져,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한 상태로 평가된다.
이에 저자들은 TFP 증가세와 직결된 자원배분 비효율성 정도를 모형으로 추정했다. 그 결과,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비효율성은 상당 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1992년 대비 2022년 전 산업에서 3배, 제조업에서 2배, 서비스업에서 3배가량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서비스 기업 간 자원배분 비효율성이 제조업보다 크게 확대됐다. 이런 경향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인력보다 자본에서 뚜렷해졌다.
저자들은 이 현상이 "생산성 높은 기업이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 즉 '고생산성 기업의 자본 과소 보유'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생 기업과 서비스업에서도 이런 문제는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요약하자면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의 생산성 둔화는 기본적으로 정보통신(IT), 전문과학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신생 기업이 자본을 덜 배분받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생존율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창업 후 5년 내 생존율은 30%대 초중반으로 미국(51.9%), 네덜란드(61.9%), 프랑스(50.8%), 영국(39.4%) 등보다 낮고,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도 2023년 기준 12.2점으로 세계 20위에 불과했다.
생산성 낮은 기업에 자원이 과하게 몰리는 문제의 경우, 생산성 뛰어난 기업에 자원이 덜 몰리는 문제보다는 덜 심각한 상태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한계기업 문제를 생각해 보면, 폐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저자들은 생산성 낮지만 인력·돈을 과하게 보유한 기업 비중이 지난 30년간 줄어들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이런 비효율성이 해소됐다면 경제 전체의 TFP 증가율은 30년간 더 높았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저자들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비효율적 자원배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생산성 높은 기업, 혁신 스타트업 등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 시스템과 자본 시장 접근성 등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생산성 낮은 기업에 과도한 보호를 완화해, 생산성 높은 기업으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배분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원배분 효율성은 기업 생산성에 비례해 자원이 나눠지는 정도를 말한다. 같은 기술과 생산 요소를 갖고도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저자들은 생산요소 배분의 왜곡이 사라져 인력·돈 등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할 경우 기대되는 TFP 향상 폭을 구해 자원배분 비효율성을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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