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글로벌 무역갈등이 다시 심각해지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국내 기업이 10곳 중 7곳꼴로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5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는 대내외 충격 시나리오를 적용한 이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담겼다.
무역갈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관적으로 발전하는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취약기업) 비중은 2024년 말 43.7%에서 올해 말 62.7%로 19.0%포인트(p) 급증했다.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심각 시나리오에서 연말 취약기업 비중은 67.0%로 23.3%p 치솟았으며,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0'에 근접했다.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이 적자 선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기업의 이자 상환 능력이 거의 소멸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취업기업 비중은 한은의 지난 5월 전망을 따르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45.7%로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심각 시나리오는 무역전쟁 격화로 내수·수출이 동반 침체되는 가운데 신용위험이 급격히 확대된 상황을 가정했다.

은행의 기업대출 부실(고정이하여신비율)은 심각 시나리오 아래 0.7%에서 1년 만에 2.4%로 3.4배 뛰었다. 부실기업여신 규모는 연평균 약 16조 원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 신용 부실은 업종별로 석유화학, 기계장비 등 수출 관련 업종과 건설·부동산, 경기 민감 업종에 집중될 것으로 우려됐다.
다만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은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자본 비율은 심각 시나리오에서도 기준시점(16.3%) 대비 1.4%p 하락하는 데 그쳐, 규제 기준(11.5~12.5%)을 상회했다.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자본비율은 상대적으로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한은은 이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이 둔화되며 신용공급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기업의 재무 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저신용·비우량 기업에 대한 신용 프리미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은행권이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신용 경색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도 위기 시 위협받을 수 있다. 비관 시나리오에서 금융불안지수(FSI)는 위험 단계(24 이상)에 진입하고,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2020년 팬데믹 당시를 상회하는 금융 불안 수준이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실물 부문 부진이 대외, 비은행 등 전 부문에 걸쳐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은은 "충격이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구조적 경쟁력은 있으나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소·중견기업의 대응 여력이 낮은 점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과 부동산 등 특정 산업에 편중된 여신 구조의 개선, 내수 기반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 병행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