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백승철 기자 = 최근 수산업은 기후변화, 자원 고갈, 고령화 등 구조적 위기를 비롯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며 기존 운용 방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기존의 산업 구조를 자동화,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수산업은 단순한 원물 채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 IoT, 로봇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양식장 운영 시스템, 자동화된 등급분류 장비, 수산물 유통경로 추적 기술 등이 상용화되면서 산업의 전통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이러한 기술을 식량 안보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며 산업 전환을 위한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AI 기반 자동화 기술에 대한 수요는 수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양식 관리, 품질 분류, 물류 최적화 등 반복적이고 정밀한 작업에서 AI 기술의 도입이 활발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육환경을 실시간 제어하거나, 수산물의 등급을 자동으로 판별하는 역할을 하며 인력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비용 절감은 물론 품질 표준화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국가 별로 다양하게 개발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관련 솔루션 개발 기업과 각국 정부의 R&D 투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수산물 유통 및 가공 분야에서는 품질의 일관성 확보, 작업효율 향상, 위생기준 강화 대응, 노동력 부족 문제, 최적 유통 등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AI 기반 영상 인식과 분석 기술을 접목한 자동 스캔 및 분류 솔루션이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AI 등급 기반 가격 책정 시스템과 품질 인증 프로토콜을 도입하고 있으며, B2B 유통 연계형 인증서비스로도 확장 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수산업은 단순 제조업에서 디지털 신뢰 기반 유통 산업으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들은 2023년 기준 수산 가공 자동화 장비 시장을 약 35억 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으며, 2030년 까지 연평균 5.5~10%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컴퓨터 비전 기반의 자동 분류 기술은 전체 자동화 장비 중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연어, 게, 참치, 조개류 등 고부가가치 어종을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 되고 있다. 기술 성숙도(TRL)가 높아짐과 동시에 장비의 단가가 하락하면서 중소형 가공업체들까지도 도입을 고려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참여도 활발하다. 미국 USDA, 일본 수산청, 유럽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등은 스마트 수산 기술을 전략 분야로 선정하고, 실증 기반 테스트베드와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통해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AI 수산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자금과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며 기술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협력 구조는 기술의 상용화 주기를 단축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는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자동화 시스템에서 벗어나, AI 분석 결과를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연계하는 기술 융합이 활발하다.
예컨대 자동 분류 장비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등급 조회, 생산이력 추적, 소비자 평가 연동 기능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운영되는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수산업을 생산 중심 산업에서 공급망 중심의 디지털 생태 계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AI 기반 기술이 수산물 가공과 유통 자동화에 도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련 시스템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공통된 기술구성은 컴퓨터 비전 기술, 머신러닝을 활용한 자동 분류 알고리즘, 그리고 개체별로 이력을 기록·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 저장 구조로 요약된다.
이들 기술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고, 품질 평가의 객관화, 유통 과정의 투명성 확보, 수산 자원의 체계적 관리 등 다방면에서 산업 구조의 혁신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향후 수산업의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수산물에 AI를 적용한 대표기업으로는 미국의 시푸드AI와 노스라인 시푸드, 아이슬란드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마렐, 아이슬란드에 기반을 둔 스케인3X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시푸드AI는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 밀브레이(Millbrae)에서 설립해, 수산물의 개체별 정보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며 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 중심 스타트업이다.
실리콘밸리 인근에 본사를 둔 시푸드AI는 설립 직후부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 기업과 벤처 육성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고도화와 시장 진입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시푸드AI의 대표 제품인 '크랩스캔360(CrabScan360)'은 게(crab)와 같은 갑각류를 대상으로 실시간 스캐닝을 수행하며, 크기, 무게, 성별, 법적 어획 여부 등을 자동으로 인식·판단하는 AI 기반 생체 분석 장치다. 이 기술은 개체 단위의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 연동해 즉각 기록하고, 실시간 규제 준수 여부 확인과 유통 추적 기능까지 지원한다. 또 시간당 약 800마리까지 자동 스캔 및 분류가 가능한 처리 속도를 갖추고 있다.
노스라인 시푸드(Northline Seafoods)는 미국 알래스카 연안에서 연어 가공을 전문기업으로, 어획 즉시 해상에서 모든 가공 과정을 완료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한나(Hannah)'라는 이름의 대형 바지선 위에 자동화 설비를 집약한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설비는 AI 영상 인식, 급속 냉동, 자동 포장 등 여러 기술을 통합한 일종의 해상 가공 공장이다.
'한나' 시스템은 컴퓨터 비전 기반의 인공지능을 통해 연어의 크기, 색상, 지방 분포, 육질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해당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품질을 등급화한다. 이후 등급이 결정된 연어는 선상에서 바로 -1°C 이하의 온도로 급속 냉동 처리되고, 개별 포장까지 진행돼 상품화된다. 이러한 해상 즉시 가공 방식은 육상 운반, 냉장 보관, 후속 가공 단계를 생략함으로써 전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
마렐(Marel)은 육류·가금류·수산물 등 다양한 식품 가공 분야에 고도화된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수산 부문에서는 AI 기반 영상 인식, 정밀 절단, 자동 중량 분류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합한 스마트 가공 라인을 개발해 유럽과 북미의 대형 가공공장에 보급하고 있다.
주요 기술은 고해상도 카메라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생체 인식 시스템으로, 필렛의 두께, 지방 함량, 색상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로봇 암과 연계해 최적 절단을 수행한다. 또 ERP와 MES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생산 이력, 품질 변화, 수율 등을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공정 전반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있다.
스케인3X(Skaginn3X)는 냉동 공정 기술과 머신비전 기반 품질 예측 솔루션에 특화돼 있다. 이 회사는 수산물 가공 이후의 저장 및 유통 단계에서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정량적인 품질 분석을 통해 등급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산업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은 영상 기반 품질 판별, 스마트 양식장 관리, RFID를 활용한 유통 이력 관리 등 개별 기능 위주로 개발되고 있으며, 기술 간 연계나 시스템 통합 수준은 낮은 편이다.
크랩스캔360과 같은 전 주기형 생체정보 기반 스캐닝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아직 실용화되지 않은 단계로, 현장에서는 여전히 육안 검사 중심의 작업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 체계, 클라우드 연계 플랫폼, 다종 센서 기반 융합 기술, 표준화된 품질 등급 데이터베이스 부재는 기술 확산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단순한 기술력 부족을 넘어, 공공 통계와 현장 자료 간의 단절, 실증 인프라의 부족, 산업 전반의 디지털 수용성 저하와 같은 구조적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넘는 산업 전반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 중심 개방형 데이터 기반 및 기술 표준화 체계 구축 △현장 환경에 적합한 실증 인프라 확충과 제도적 정비 △AI 기반 어업인 수익성 개선과 자원 관리 체계 혁신 도모 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정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는 'AI 수산기술 컨소시엄'과 같은 전담 조직을 구성해 분산된 기술 자산과 데이터를 통합·표준화하고, 스마트 양식장 클러스터 등 기존 인프라를 기반으로 디지털 수산물류 실증 프로젝트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단계의 데이터를 연속된 흐름으로 통합하는 '디지털 품질 인증 인프라' 구현이 가능하며, 이는 소규모 어가와 협동조합 등 소규모 생산 주체까지 기술 도입의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스캐닝 시스템은 선상, 위판장, 가공공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테스트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 기반의 테스트베드 확대와 관련 장비에 대한 검증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증 데이터를 활용한 법령 및 규격의 현실화도 병행돼야 하며, 이는 규정 준수 자동화, 불법 어획 방지, 행정 효율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가능성 인증 요건 대응에도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크기, 무게, 선도, 품질 등 정량화된 생체 정보는 고부가 어종 선별, 유통 전략 설정, 시장가격 대응을 위한 과학적 근거로 기능하며, 장기적으로 축적된 빅데이터는 자원 회유 예측, 생물량 추정 등 정밀 자원 관리의 기반이 된다"며 "이는 규제 위주의 관리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관리체계로 전환을 가능케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AI 기반 자동 스캐닝 기술은 단순한 효율화 수단을 넘어 국내 수산업의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전환점"이라며 "지속가능성, 수익성, 공공성을 균형 있게 확보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지능형 수산물 유통·물류 체계의 핵심 인프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의 수산업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필수적이다"고 힘줘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선도 사례가 기술을 넘어 제도와 투자까지 포함하는 이정표가 된 지금, 우리도 중장기 로드맵 수립과 정책·민간 협력 체계 강화 등을 통해 과감한 변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bsc9@news1.kr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5 오션테크 코리아>가 10월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7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