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이 트럼프 행정부가 새 국방전략(NDS)을 공개한 직후 한일을 연속으로 방문하자, 이에 대응하는 중국과 북한의 방식이 사뭇 다르게 표출됐습니다. 중국은 서해구조물로 한국을 당겼고, 북한은 핵탄도미사일 도발로 한국을 밀어냈습니다.
콜비 차관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안규백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과 연쇄 회담을 가지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책사로 불리는 콜비 차관은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최상위 문서인 국가안보전략(NSS)의 국방 분야 정책이 명시된 NDS를 설계한 인물입니다. 미국의 새 NDS의 지향점은 분명합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對) 중국 봉쇄선인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선), 즉 '거부 방어선' 강화와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의 자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산'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NDS는 이를 위해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응의 주체는 한국이며, 미국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핵무기 등 전략자산을 써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면 미국이 적극 개입하지만, 국지전 등 단발적 상황을 막는 것은 한국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선 새로운 부담과 기회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미군이 보유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속도가 붙을 수 있고,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포함한 전략자산의 역량 강화를 더 추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론 미중 양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하면 한국의 직접 개입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와 한국의 '밀착'을 경계하는 중국은 의외로 한국에 '호의적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설치한 심해 양식장의 '관리 시설'(거주동)을 잠정조치수역 바깥으로 이동하겠다고 우리 측에 통보해 온 것입니다. 이는 우리 측이 수년간 꾸준히 요구해 온 조치라는 점에서,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 이후 훈풍이 부는 양국관계를 추동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게 정부의 평가입니다.
특히 중국의 이러한 결정이 콜비 차관이 한국을 떠난 지난 27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선 중국의 '한국 끌어당기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안보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을 향해 미소를 짓는 행보라는 뜻입니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딸 주애와 함께 '신형 대구경방사포' 발사 현장을 찾은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6/1/28/7718567/high.jpg/dims/optimize)
반면 북한의 선택은 정반대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27일 사실상의 핵탄도미사일인 '신형 대구경방사포' 발사를 감행하며 위력 시위에 집중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방사포 발사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뒤, 곧 열릴 제9차 당 대회에서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가일층 강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 구상들을 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치든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뜻입니다.
주목할 점은 한국이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것이 명시된 NDS가 공개된 직후 이뤄진 북한의 첫 도발에서 그들이 선택한 무기입니다. 북한은 새 대구경방사포가 재밍(전파 방해 공격) 등의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무기라면서 한국의 주요 군사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358.5㎞)로 도발을 단행했습니다.
이는 '과연 한국이 우리의 공격을 혼자 막을 수 있겠느냐'라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동시에 9차 당 대회에서 발표할 '핵·재래식 무기 병진 노선'을 통해 미국은 전략핵으로 타격하고 한국은 다량의 탄도미사일로 '집중 타격'한다는 새 군사 전략을 일부 노출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러한 북중의 행보를 종합하면, 일단 정부가 올해 힘을 싣고 있는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는 당분간 앞으로 나가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러시아를 업은 북한은 계속 한미에 적대적이고, '중재자' 역할이 기대되는 중국은 북한보다는 미국과의 경쟁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용외교'의 측면에선, 중국은 한동안 한국이 미국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외교적 제스처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의 관세 공격과 중국 견제 동참 압박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상황입니다.
ntiger@news1.kr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