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바이오벤처 에이비엘바이오(29380)가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 '잭폿'을 터트리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도 고무된 분위기다. 이번을 계기로 국내 벤처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지면서 바이오 생태계가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자연스레 관심은 '포스트 에이비엘바이오'가 될 기업으로 쏠린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141080), 피하주사제형(SC) 치료제를 개발하는 알테오젠(196170)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최근 에이비엘바이오는 릴리와 신약 개발을 위한 '그랩바디-B'(Grabody-B)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GSK와 최대 4조 1000억 원(약 21억 4000만 파운드) 규모의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4000만 달러(약 585억 원)에 더해 마일스톤 등으로 최대 25억 6200만 달러(약 3조 7487억 원)를 수령할 수 있는 자격과 순 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도 지급받는다. 그야말로 '잭폿'이 터졌다.
그랩바디-B는 뇌에 외부 물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그간 뇌 질환 치료 후보물질은 BBB를 통과하지 못해 임상에 실패했는데, 그랩바디-B는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도록 '셔틀' 역할을 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그랩바디-B를 적용해 개발한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ABL301'을 GSK와 사노피에 각각 기술수출했는데, 이번에 릴리까지 글로벌 3대 빅파마에 같은 이중항체 플랫폼 시리즈를 연속으로 수출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이제 신약이 아닌 플랫폼과 같은 기술 인프라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 흐름이 마련됐다"며 "이번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벤처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바이오 생태계의 성장력이 확보된 것"이라고 반겼다.
이제 업계는 에이비엘바이오의 뒤를 이을 K-바이오의 추가 기술수출을 기대한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리가켐바이오다. 독자적 링커·페이로드 및 결합 기술 기반의 차세대 ADC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리가켐은 이미 LCB84(얀센 기술이전), LCB14(포순제약 공동개발) 등 총 14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특정 신약 후보 대신 ADC를 안전하게 제어하는 설계 기술 자체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 하반기 기술수출 기대주로 거론된다.
알테오젠의 SC 제형 플랫폼 'ALT-B4'도 이목을 끈다. 이미 2020년 4조 7000억원 규모로 MSD에 기술수출에 성공해 '돈맛'을 봤다. 최근에는 면역관문제제·자가면역질환 항체치료제뿐 아니라 ADC까지 제형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지속돼 연내 기술이전 계기가 부각된다.
이외에도 '기술이전 명가'로 불리는 한미약품(128940)의 비만 및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일동제약(249420)의 경구용 저분자 GLP-1 RA 비만치료제 등도 기술이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 전무는 "바이오 업계가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국책연구과제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의 R&D 예산이 늘면 업체로선 인력 유출을 막고 기술 역량을 축적할 수 있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앞으로 '돈 버는 바이오'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ggod61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