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기존 표준 요법을 압도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수조원대의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DESTINY-Breast09' 임상 시험에서 '엔허투+퍼투주맙' 병용 요법이 기존 표준 요법(탁센+허셉틴+퍼제타, THP)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낮췄다고 밝혔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엔허투+퍼투주맙이 40.7개월, THP군이 26.9개월로, 1년 이상 생존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엔허투 병용군이 85.1%로, THP군(78.6%)보다 높았다.
완전관해(CR) 건수도 병용군은 58명으로, THP군 33명을 크게 웃돌았다. 하위군에서도 결과는 일관되게 나타나 특정 집단에 한정되지 않고 광범위한 환자군에서 효능이 입증됐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엔허투와 페르투주맙 병용군의 이상반응 양상은 기존 단독 치료에서 확인된 프로파일과 일치했으며, 신규 안전성 리스크는 보고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는 이번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충 생물학적제제 허가 신청(sBLA)을 제출했다. FDA는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혁신치료제 지위도 부여했다.
두 제도 모두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더 빨리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심사는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혁신치료제 지정은 개발부터 허가까지 전 과정에서 FDA와의 긴밀한 협의가 가능하다. FDA의 최종 승인 여부는 내년 1분기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시장은 수년간 로슈가 허셉틴과 퍼제타, 캐싸일라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엔허투+퍼투주맙 병용 요법이 뛰어난 임상 성과를 바탕으로 1차 치료 영역에 본격 진입할 경우 기존 판도를 빠르게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15~20%를 차지하는 아형으로, 종양 세포 표면에 HER2 단백질이 과발현되거나 유전자 증폭이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경우 암세포 증식과 전이가 빠르게 진행돼 예후가 상대적으로 불량하다.
특히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미국에서 매년 약 1만 명이 1차 치료를 받고 있으나, 기존 표준요법인 THP로는 대부분이 2년 내 재발·진행을 겪고 25~30%는 이후 2차 치료에 진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HER2 양성 표적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09억 5000만 달러(약 15조 3500억 원)에 달하며, 2030년에는 134억 달러(약 18조 78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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