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의료기기 수입을 두고 유럽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이 중국 의료기기 제조 업체의 공공조달 참여를 사실상 금지한 것에 대해 중국이 강력히 맞서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자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과 유럽 내 틈새시장을 공략할 틈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 특성상 사별로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EU는 최근 의료기기 무역 관련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작은 EU였다.
EU는 지난달 건당 500만 유로(약 79억 원)를 초과하는 의료기기 공공조달 입찰에 중국 기업 참여를 금지하기로 했다. 공공조달 낙찰 기업의 중국산 구성품 비율도 50%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중국은 EU가 겉으로는 '공정 경쟁'을 외치며 실제로는 불공평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중잣대'라고 맹비난했다. 이후 EU로부터 4500만 위안(약 85억 원)을 초과하는 의료기기 구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또 중국 재정부는 계약 금액의 50% 이상이 EU산 부품으로 구성된 외국산 의료기기 수입도 이날부터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과 유럽의 힘 싸움에 일부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기본적으로 무역 전쟁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공백을 파고들면 매출 성장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U와 중국 모두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만큼, 의료기기의 산업의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품질과 가격 경쟁력, 서비스 등 긍정적인 요인을 두루 갖춘 기업의 경우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스템임플란트, 네오임플란트 등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한 치과 의료기기 업체의 경우 중국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일부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 의료기기는 중국과 유럽의 대체제가 될 수준이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도 존재한다.
중국은 가격에서, 유럽은 품질에서 한국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는 만큼 시장의 공백에도 한국 제품의 수요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민혁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무는 "아직 우리 의료기기 시장의 규모가 작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라 반사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품질부터 재정 등 경영 능력을 두루 갖춰야 글로벌 조달시장 진입을 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의료기기는 CE 인증, 현지유통망, 품질경쟁력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유럽의 수입 통계에서 한국산 의료기기 비중은 크지 않다"며 "한국보다는 EU 내 입지가 있는 미국, 일본 등 글로벌 기업이 먼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ggod61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