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따르라" 의협 회장, 총파업 대신 '큰싸움' 말 바꾸기 왜?

집회 전 시도의사회장 등과 합의 불발
의료계, 총파업에 부정적…"여론도 안 좋은데 굳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서 의대 증원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서 의대 증원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이제 본격적으로 나라가 흔들릴 확실한 액션을 하겠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총파업'을 예고했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돌연 "큰 싸움을 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낮추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임 회장이 총파업을 하겠다며 도와달라고 했지만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는데, 의협 지도부가 총파업을 밀어붙인다고 해도 높은 참여율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전날(3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곳에서 '대한민국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를 주제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의협 집행부와 서울, 경기, 인천 지역 의사들이 참여한 서울 대한문 앞 집회에는 의협 추산 5000여 명이 집결했다.

현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집회 참석 의사들은 "고집 불통 의대 증원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사망했다"며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선 임 회장의 '총파업 선언'도 예상됐다. 임 회장은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날인 29일 자신의 SNS에 "의협이 내일 집회 자리에서 뭘 선언할 줄 알고 미리들 실망하나"면서 "다들 정신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따라와라. 내가 가장 선두에 서겠다"는 글을 남기는 건 물론, 이에 더해 "이제 본격적으로 나라가 흔들릴 확실한 액션 의협에서 하겠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집회에 선 임 회장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큰 싸움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큰 싸움은 파업을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문장 그대로다.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3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의대 증원을 규탄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3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의대 증원을 규탄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임 회장의 이 같은 심경 변화에는 의료계 내부적으로 총파업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실 원래는 임 회장이 총파업을 하겠다고 우리 보고 도와달라는 식으로 진행을 하다가 아침, 점심, 저녁 워딩이 바뀌었다"며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걸(합의를) 못 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집회 하는 것도 임 회장이 주말에 그냥 결정해서 지시했다"며 "갑작스레 집회 참석자를 모으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관계자도 "혼자 파업하는 게 아니라 시도 회장단 이쪽에서도 같이 해야 되니까 방법상 어떻게 할지 이런 논의 과정이 좀 생략된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도 "사실 총파업에 대한 논의가 된 건 없다"면서 "이제 의협 내에서 열심히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임 회장이 총파업 등 집단 행동을 밀어붙인다고 해도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촛불집회도 사실 내부적으로 할 수 있을 만한 게 없어서 마지못해 하는 측면이 있었다. 파업 중 집회라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데 이건 오히려 힘이 더 빠지지 않나"라면서 "임 회장은 특별히 파업을 공식화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감옥 가겠다는 정도인데 최대집 전 회장도 감옥 간다고 말은 해놓고 실제 행동은 안 보여줬다. 회원들은 이미 많이들 식상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들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크게 감동받거나 분기탱천하는 게 없다"며 "시도회장들도 지금 바뀐 지 얼마 안 됐고 병원도 버티기 힘드니까 나오는 건 힘들고, 여러가지로 파업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개원가의 휴진은 이제 별 의미가 없는 걸 안다"며 "여론도 별로 안 좋게 볼 수 있는 부분을 우리가 굳이 휴진까지 해서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고 했다.

다만 의료계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은 만큼 대학별 모집요강 공고와는 상관없이 증원에 대한 부당함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규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주 중 대표자 회의를 열어 개원의 휴진 등 구체적인 파업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사실 절차도 끝난 게 아니다. 고등교육법에 대통령이 별도로 공표 시기를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전공의 수련도 전문의 시험을 보고 난 다음에 추가 수련이 되면 면허증을 주는 규정이 있다. 6월 21일쯤이 추가 수련을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날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이 같은 비판들에도 "집단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1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입학정원은 확정된 상태"라며 "그래서 집단휴진이라든지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집단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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