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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의 강행처리와 14번의 거부권 [기자의눈]

야당 강행처리 많았던 만큼 정부 거부권 행사도 많아
'여야 합의 정신' 실종…입법권·거부권 취지도 무색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2024-05-29 17:41 송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앞서 집무실에 도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앞서 집무실에 도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4건. 윤석열 정부는 임기 2년 만에 이미 '가장 많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정부'라는 기록을 세웠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이 많다는 의미다. 21대 국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 '여야 합의 정신'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지만 어디서도 합의 정신이 실현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야당은 거부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도 다수 의석만을 앞세워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당과 정부 역시 무기력하게 의석수만 탓하면서 거부권에 의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법안이 하나 탄생하려면 의원 10명 이상 찬성으로 법안을 발의하거나 정부에서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소관상임위원회에서는 전문위원 검토와 소위원회 심사, 표결 등을 거친다. 상임위 문턱을 넘으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있어야 의결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도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으면 대통령은 15일 안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법안이 하나 탄생하기까지 이토록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법치국가에서 법안 하나가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국회가 가진 입법권의 무게가 무겁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통령 거부권 역시 마찬가지다.
21대 국회는 헌법에서 규정한 국회 입법권과 대통령 거부권의 취지를 모두 무색하게 만들었다. 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야당과 이를 곧바로 거부하는 정부 사이에 법안이 미칠 영향이나 민생에 대한 고민이 설 자리는 없었다.

29일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일이다. 전세사기 특별법과 민주유공자법, 한우산업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 등 전날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은 재표결 기회조차 없이 곧장 폐기된다. 하루 만에 폐기될 법안을 두고 다투느라 민생 법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를 외면한 셈이다.

야당은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을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다음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 후 폐기'가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그 피해는 22대 국회의원들을 뽑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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