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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폭행 닷새 만에 여친 숨졌지만 남친은 '무죄'?

40대 여성, 폭행당한 후 방치… 뇌출혈 따른 뇌부종으로 숨져
法 "원인 단정 어렵다"… 상해치사 아닌 상해죄 징역 3년 선고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2024-03-27 07:00 송고 | 2024-03-27 11:23 최종수정
 
 

작년 3월 남자 친구 A 씨(47)에게 폭행당한 40대 여성 B 씨가 병원에서 치료받다 끝내 숨졌다.
검찰은 폭행으로 B 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A 씨를 상해치사죄로 재판에 넘겼다. 유족들도 A 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에 대해 상해죄만 적용,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A 씨에게 사망의 책임을 묻지 않은 이유는 뭘까.

A 씨는 충남 태안에서 5년 동안 B 씨와 동거하며 교제했다. 그러다 작년 3월 15일 오후 10시쯤 말다툼하던 B 씨가 던진 휴대전화에 A 씨가 맞았다. 화가 난 A 씨는 10분 동안 주먹을 휘둘렀다. B 씨 머리를 벽에 부딪치고 얼굴 등을 때렸다. B 씨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쓰러졌다.

뒤통수뼈가 부러지고 뇌출혈이 발생했지만, A 씨는 B 씨를 그대로 내버려뒀다. 2시간쯤 지나선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신의 차 안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하기도 했다.
B 씨는 가족 등의 신고로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5일 뒤 뇌부종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A 씨를 상해치사죄로 구속 기소했다.

A 씨는 '피해자의 상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고,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상해죄 적용을 주장했다.

법원은 A 씨 손을 들어줬다. B 씨 사망원인이 된 뇌출혈이 A 씨 폭행으로 발생한 건지 알 수 없단 이유에서다.

B 씨 담당 의사는 피해 당시 B 씨 상태에 대해 "뇌혈관이 터져 있는 '자발성 뇌출혈' 소견"이라며 "이는 외상없이 갑자기 뇌 안에서 터지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해 이후 뇌출혈이 더 심해진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부검에서도 "피해자 사망 원인이 상해로 발생한 외상성 뇌출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조영은)는 "의사 소견과 부검 결과 등에 비춰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피고인의 상해 행위와 직접적으로 관련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 씨의 상해치사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상해죄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고, 공격 정도나 피해 정도 등을 감안했을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상해치사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부당하다고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이 정당했다'며 이를 기각했다. '형량이 무겁다'는 A 씨의 항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1·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issue7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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