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하게 생겼다" 남은 의료진 호소하지만…전공의 복귀 미미(종합)

떠나지 못한 의사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겨" 한계 호소
김진태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상황" 전공의 복귀 요청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병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2024.2.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병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2024.2.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전국종합=뉴스1) 양희문 이종재 오현지 김용빈 김지혜 최성국 남승렬 한송학 기자 =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현장 복귀를 29일로 최후 통첩한 가운데 전국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증원 반발로 빚어진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며 일선에 남은 의료진의 정신적·체력적 부담이 한계치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크다.

◇ 최후통첩에도 전공의 복귀 움직임 없어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북부 유일의 권역외상센터인 의정부성모병원은 전공의 67명 중 52명(77.6%)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전공의 가운데 근무지 이탈자는 49명(94.2%)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복귀자는 없다.

전남대병원도 전공의 119명 중 지난주에 복귀한 7명을 제외하고 112명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조선대병원 역시 업무개시명령이 송달된 전공의 113명 가운데 7명만 복귀하고 106명은 집단이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영남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도 각각 130명, 5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전원이 미복귀했다.

전공의 182명 중 175명이 사직한 계명대 동산병원은 "현재까지 복귀 인원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울산지역 유일의 수련병원인 울산대병원은 전공의 126명 중 82명이 사직서를 제출, 이 중 32명이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진주경상대병원의 경우 신입 인턴 예정 수련의 3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의 올해 신입 인턴 예정은 40명인데, 기존 37명은 지난 23일 임용을 포기했다.

제주대병원은 집단행동에 동참했던 본원 소속 전공의 1명이 복귀해 정상 출근했다.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95명(파견의 20명 포함) 중 73명(76%)이 지난 20일부터 업무를 거부해 왔으며, 3월 입사 예정이던 인턴 19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의원에 오후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제16차 수요 반차 휴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24.2.2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의원에 오후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제16차 수요 반차 휴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24.2.2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남은 전문의·간호사 '한계'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현장에선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구 한 상급병원은 외래와 입원수술 등 모든 진료 규모가 절반 가까이 축소돼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과 불편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 남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A 조교수는 "응급의학 전공하고 대학병원에 취직한 게 죄냐"며 "실상은 그저 병든 환자 곁을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 의사다.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고 체력적 부담을 호소했다.

경기북부 유일의 권역외상센터인 의정부성모병원 측도 전문의와 간호사 등 대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데, 사태가 길어지며 의료진의 피로도가 쌓이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보다 교수 인원이 더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큰 혼란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업무량 과중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공의 이탈로 의사업무 일부를 맡게 된 간호사들은 '대안이 아니다'며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27일부터 진료지원(PA·Physician Assiatant) 간호사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광주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교대 후 추가근무도 비일비재한데 노동강도에 대한 불만도, 불법에 내몰린 상황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할 곳이 없다"며 "업무중단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데 추가 보상여부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8일째 이어진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8일째 이어진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도지사들 "한계 직면…의료현장 돌아와 달라"

의료계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며 각계각층에서 전공의 복귀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의료현장을 직접 점검해 보니 남은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분들이 밤을 새워 당직을 서고,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며 "이들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고 밝혔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해 충북의사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그는 "우리 도의 열악한 의료 여건과 도민의 생명,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의대정원 증원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충북의사회가 의료계와 대화해 집단행동 자제를 중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청주의료원을 찾아 "정부 정책과 견해를 달리하면서 집단행동을 확대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은 하루빨리 진료 현장으로 복귀해 주길 간곡하게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오전 충북 청주의료원 응급실을 찾아 지역 필수의료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오전 충북 청주의료원 응급실을 찾아 지역 필수의료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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