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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에 뛰어든 부부 일 나간 사이 숨진 영아…법원 왜 선처했나?

[사건의재구성] 광주 한 모텔에 4개월 영아 홀로 방치
뒤집기하다 질식사…항소심서 징역2년6개월 집유 3년 선고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2023-05-24 05:05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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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벌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짧은 생각에 소중한 딸을 잃었습니다. 제 잘못에 세상을 떠난 우리 딸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4개월된 영아를 모텔에 홀로 둬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법정에 선 20대 부부 A씨(26)와 B씨(22·여).
이들은 "애가 있으니 낮에 일하는 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까"란 재판장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 채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교도소에 들어간 배경 뒤엔 '어떻게든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제 막 스무살을 벗어난 B씨와 사회초년생이었던 A씨는 육아를 의지할 곳이 없었다.
경기도에 살던 이들 부부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지난해 9월27일쯤 광주로 내려와 모텔을 전전했다. 당장 일거리를 못 구한 이들 부부는 각자 유흥업에 뛰어들었다.

업종 특성상 밤에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태어난지 4개월된 아이를 돌아가면서 돌보거나 모텔에 홀로 두고 일을 나갔다.

한명이 일을 하러 가면 남은 한명은 아이의 사진을 찍어 서로에게 보내주면서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러나 둘 모두 일을 하러 나가야 할 땐 아이를 평균 1~3시간씩 혼자 모텔에 뒀다. 사건은 같은해 10월8일 벌어졌다. 이들 부부가 일을 마치고 모텔방으로 돌아왔을 땐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았다.

급하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119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도움을 요청해봤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이들이 아동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게 명백한 만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A씨 부부가 광주로 내려온 뒤 아이를 홀로 방치한 건 23차례였다.

조사 결과 이 아이는 혼자 뒤집기를 하다가 숨을 쉬지 못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부부는 아이 방임을 인정했다.

아버지 A씨는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할 줄 아는 일이 없었다. 고민하던 끝에 돈이 있으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유흥업으로 돈을 쉽게 벌어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짧은 생각에 딸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곧 있으면 돌인 제 아이의 생일조차 챙겨줄 수가 없다. 제 곁을 떠난 딸이 너무 보고싶다"면서 "살아있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 너무 사랑하고 예뻤던 딸에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고 오열했다.

어머니 B씨도 "무지함으로 딸을 떠나보냈다. 제 욕심에 세상이 닫혔다. 너무 부덕한 엄마여서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비통한 심정을 쏟아냈다.

1심 재판부는 "아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지만 잘못된 양육 방식으로 아이를 돌봤다"며 이들에게 각각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부모의 의무를 저버려 독립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6세 미만 아동을 방임한 것에 대해 가중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했다. 피고인들도 항소했다.

2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2-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이들 부부가 아이를 아끼고 사랑했던 게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 부부가 평소 아이를 돌봐온 증거들과 사망원인이 질식사인 점 등을 살펴보면 폭행이나 영양실조 등 다른 아동학대치사 사건처럼 학대 행위로 인해 아이가 숨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곤 119에 직접 신고했고, 심폐소생술을 적극적으로 조치했다"며 "쉽고 빠르게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방치한 것은 잘못이지만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스스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한 점, 아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원심 파기 이유를 밝혔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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