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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산호초 군락, 1776개 언덕이 됐다 [여행기자 픽]

필리핀 보홀의 대표 명소 '초콜릿 힐'
현지 사람들이 꼽는 인기 인증샷 명소

(보홀=뉴스1) 윤슬빈 기자 | 2022-08-31 07:30 송고 | 2022-08-31 11:01 최종수정
편집자주 [여행기자 픽]은 요즘 떠오르거나 현지인 또는 전문가가 추천한 여행지를 '뉴스1 여행 기자'가 직접 취재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예약부터 꼭 살펴야 할 곳까지 여행객에게 알면 도움 되는 정보만을 쏙쏙 뽑아 전달하겠습니다.
약 1776개 언덕이 펼쳐지는 초콜릿 힐© News1 윤슬빈 기자
약 1776개 언덕이 펼쳐지는 초콜릿 힐© News1 윤슬빈 기자
  
필리핀 7100여개 섬 가운데 열 번째로 큰 보홀. 남다른 풍경으로 요즘 필리핀 현지에서 떠오르는 여행지다.

200만년 전 바다였던 보홀은 그 흔적이 이곳저곳에 남아있다. 바닷 속에 파묻힌 땅이 융기해 생긴 섬이다보니 지형 대부분이 석회질로 이뤄져 있고 침식이 많아 해저 동굴만 4000개가 넘는다. 보홀이란 이름도 현지어로 '땅굴'이라는 '보호'에서 따왔다. 
 
보홀이 과거 바다였다는 증거를 만나기 위해 '초콜릿 힐'을 찾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송산리 고분군이나 제주도 오름을 닮은 언덕들이 1000개 넘게 펼쳐진 초콜릿 힐은 '산호초 군락'의 흔적이다.

초콜릿 힐은 평지에 수많은 언덕이 펼쳐지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News1  
초콜릿 힐은 평지에 수많은 언덕이 펼쳐지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News1  
과거 산호초 군락이었던 초콜릿 힐© News1  
과거 산호초 군락이었던 초콜릿 힐© News1  

'초콜릿 힐'이라는 이름은 언덕 모양이 키세스 초콜릿 모양을 닮았다고 해 미군들에 의해서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원래 고유의 지명은 세부 방언으로 언덕들이라는 뜻의 '부드'이다. 따갈로그어로는 '분독'이라고 부른다. 평소에는 녹색 풀로 뒤덮여 있는데 건기인 12~5월이면 색깔까지 초콜릿 빛깔로 변한다.
  
언덕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최소 1268개의 언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에 따르면 1776개로 추정된다. 언덕은 총 50㎢ 면적 내에 흩어져 있다. 언덕의 높이는 크게 높지는 않다. 가장 높은 언덕이 120m 정도로 대부분은 30m에서 50m 사이이다.  
 
초콜릿 힐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 News1  
초콜릿 힐 전망대에 사진을 찍는 현지 여행객들의 모습© News1  
초콜릿 힐 전망대에 사진을 찍는 현지 여행객들의 모습© News1  
 
8월 중순, 우기에 찾은 초콜릿 힐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필리핀 사람들로 필리핀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명소다. 필리핀관광부가 선정한 필리핀의 세 번째 국가 지질 기념물이자, 곧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1988년 이래로 초콜릿 언덕은 필리핀의 세 번째 국가 지질 기념물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제출되었지만, 제출은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초콜릿 힐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은 당연히 전망대다. 214개 계단으로 이뤄진 전망대에 오르면 수많은 언덕이 봉긋하게 솟아있는 장관을 만나게 된다. 원래 계단이 212개였으나 밸런타인 데이인 2월14일에 맞춰 2개를 늘렸기 때문에 214개가 됐다. 계단 끝에는 종을 치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소원의 종이 있다. 계단을 오르는 데 5분 정도 소요되는데 경사가 가팔라서 숨이 절로 헐떡인다. 
 
초콜리힐에서 진행하는 ATV 체험 © News1  
초콜리힐에서 진행하는 ATV 체험 © News1  
밀림 숲을 달리는 ATV의 모습들© News1  
밀림 숲을 달리는 ATV의 모습들© News1  

사진 찍는 것 외에 초콜릿 힐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하다. 언덕 사이 밀림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30여 가지나 된다. 현지 투어 업체들이 550m 상공을 가로지르는 러시 바이크 짚이나 하이킹, 산악 자전거, 승마, 캠핑, 사륜 바이크(ATV)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잠에 빠진 안경원숭이© News1  
잠에 빠진 안경원숭이© News1  

초콜릿 힐과 맞먹는 보홀의 또 다른 상징이 있다면 '안경원숭이'다. 현지어로 큰 눈이라는 뜻의 '마막'으로 불리는 안경원숭이는 성인 손가락 길이밖에 되지 않은 작은 몸에 얼굴의 반이 눈을 가지고 있다. 

안경원숭이는 원숭이과가 아닌 별도의 안경원숭이과로 분류된다. 허파가 6개나 되고 새처럼 곤충을 주식으로 하며, 마치 올빼미처럼 목이 360도로 돌아가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엔 잠만 잔다.  

생긴건 온순하게 보이지만 영토를 침범하면 매우 괴팍해진다. 한 마리당 9917㎡(3000평) 정도를 자기 영토라고 여긴다. 만약 자신의 영역에서 다른 누군가를 만났다 하면 '빽빽' 소리를 지르며 내쫓고, 만약에 자기 영역을 벗어나면 숨을 참거나, 두개골을 일부러 벽이나 나무에 박으며 자살하는 경우 많다고 한다.  

타르시어 보호센터에 마련한 안경원숭이 기념숍 © News1  
타르시어 보호센터에 마련한 안경원숭이 기념숍 © News1  
안경원숭이 냉장고 좌석© News1   
안경원숭이 냉장고 좌석© News1   

안경원숭이는 필리핀 4개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보홀에서 유명한 이유는 안경원숭이 보호구역을 처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안경원숭이를 실제로 만날 수도 있다. 초콜릿힐에서 남쪽으로 28km 떨어진 '타르시어 보호센터'(Tarsier Conservation Area)는 작디작은 안경원숭이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말 그대로 야생에서 적응을 못하거나 몸이 약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적응을 잘하면 야생으로 다시 방사한다. 소리만 내지 않으면 마음껏 나뭇잎을 햇빛 가림막을 삼아 푹 잠에 빠진 안경원숭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부 구간에선 직원이 안경원숭이와 함께 사진도 찍어준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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