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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①'학대' 의심에도 강제개입 어려워…여전한 사각지대

SNS 통한 새로운 아동학대 대책 마련해야…아동기본법 제정 필요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이비슬 기자 | 2022-05-05 09:00 송고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원우(가명·8)는 친부의 폭력과 친모의 방임을 겪고도 보호시설이 부족하단 이유로 폭력에 노출된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원우의 친부는 술을 마시고 원우와 아내를 때린 혐의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았다. 원우는 부부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됐고 그 과정에서 이마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신고 이후 친모와 원우는 쉼터와 모자 양육시설로 옮겨졌지만 계속 머물 시설이 부족한 탓에 재학대 발생 우려가 큰 원래 가정으로 돌려보내 졌다.

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학대 사례는 2016년 1만8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3명으로, 2018년 28명, 2019년 42명에서 더 늘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아동들이 각종 학대에 시달리고 있었다.

◇ 100년이 지나도 여전한 아동학대 사각지대

부모와 함께 원룸에서 생활하는 미취학 아동 서현(가명·4)이는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음에도 아동복지기관의 개입에 강제성이 없단 이유로 학대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현이네 부모는 경제적 이유, 정신 질환 등을 이유로 수차례 부부싸움을 했다. 원룸이라는 공간 특성상 서현이는 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가정 내 분위기가 서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시기였지만 부모로부터 아무런 정서적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이다. 급기야 아동복지기관이 나서서 부모에게 상담과 치료를 받을 것을 설득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된 건 장애아동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8일 충남 아산에 사는 형욱(가명·6)이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인 데다 지적 장애 아동이어서 각별한 보호조치가 필요했지만 아동학대 사각지대에서 비참하게 죽어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던 형욱이가 배고픔에 굶주리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형욱이네는 아동학대 사실이 확인됐고 재발 우려가 있을 때 지정되는 '아동학대 사례 관리 대상' 가정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엄마 A씨는 아이가 남의 집 물건을 만지고 문서를 찢어 등을 때렸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아이 몸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입소 가능한 시설도 없다는 이유로 원가정 보호 조치가 내려졌다.

© News1 DB

◇ 미디어 소비 늘며 SNS상 새로운 학대에 노출도

가정폭력과 장애아동학대뿐 아니라 아동의 미디어 소비가 늘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상 각종 학대에 아동이 노출되는 경우도 자연히 늘고 있다. 굿네이버스 ‘미디어 어린이 보호구역’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아동 66명 중 SNS를 통한 사이버 불링, 디지털 성착취, 개인정보 유출 위협과 협박 등 부정적 경험 비율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중복경험 포함 유경험자 39명). 부정적 경험을 했다는 아동들 중에선 "인스타그램에 셀카를 올렸는데 나이 많은 아저씨가 연애하고 싶다고 DM(메시지)을 보낸 적이 있고, 제 사진이 도용된 적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채팅, 댓글로 놀리고 욕설을 한 적이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아동들도 이제 디지털 미디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하지만 디지털 세상은 오프라인에 비해 아동을 보호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 아동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정책이나 환경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들을 상대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그래서 중요하고, 아동들이 노출되는 미디어상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학대 개입 강제성 없고 무책임한 원가정 복귀 탓 지적도

전문가들은 학대가 의심돼도 기관이 확인 또는 관리하는 과정에서 권한이 불충분하고 강제성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설 환경을 핑계로 무책임한 '원가정 복귀' 조치가 내려지는 바람에 학대 피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부모가 외면하고 방치를 했어도 사회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어떤 강제성이 있어야 되는데 아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강제성이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의심만으로도 개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학대 의심 부모가 조사를 피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면 제때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 징계권 조항 삭제에도 여전히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뒤처져 있는 것이 문제인데 대대적으로 직장 내 성범죄 교육을 강화했던 것처럼 신고의무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을 상대로 아동학대 방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두루의 강정은 변호사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자라날 권리를 말하는 원가정 양육 원칙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정으로 복귀하라는 원칙은 아니다"라며 "아동에게 가정은 본인 정체성의 뿌리이므로 결국 국가가 최종 책임자가 돼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힘써야하고 이런 원칙이 오해받지 않고 잘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동을 즉각 분리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많았는데 아동 분리 문제는 결국 원가정 복귀 문제와 같이 얘기돼야 한다"며 "분리가 능사가 아니라 분리된 이후에도 아동을 잘 양육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아동기본법, 학대 방지 위한 인식 전환의 열쇠 될 것

결국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아동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도록 아동기본법 제정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정은 변호사는 "민법의 징계권 개정으로 징계권이 삭제됐다고 해서 학대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부모라고 해도 아동을 어떤 이유에서든 처벌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줬다"며 "아동기본법도 마찬가지로 결국 아동을 바라보는 관점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부모의 소유물이라거나 징계 혹은 훈육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권리 주체로, 동료 시민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도 "아동기본법은 우리 사회가 아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상징성과 연관돼 있다"며 "아동을 권리 주체로 본다는 아동기본법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캠페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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