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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프로구단 소속 유소년팀 감독, 개인사업자일까 근로자일까

퇴직금 미지급건 재진정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 "너무 허무해"
근로자성 인정 못받아…구단 측 "이미 종결, 위반 사항 없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2-03-06 06:00 송고
자료사진 © 뉴스1

"너무 허무하죠. 이렇게 되려고 14년간 그렇게 열심히 했나 싶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29일 부산 아이파크 15세 미만(U-15) 유소년팀 감독 A씨는 구단으로부터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전날 구단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말 외에 사전에 아무런 공지가 없었기에 A씨는 당황스러웠다. 통보 당일에도 구단 측은 "감독님과 계약을 하기 힘들다"는 것 외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직장을 잃는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A씨를 더 절망스럽게 만든 것은 '퇴직금은 줄 수 없다'는 구단의 입장이었다.

구단 측은 유소년 지도자들과 맺은 계약이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계약'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즉 A씨가 근로자로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서 독립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법이 규정하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였다. 앞서서도 계약이 종료된 지도자들에게 일정 금원을 지급하기는 했지만 이는 '위로금'이지 '퇴직금'은 아니라고 했다. 구단은 A씨에게도 1100만원 상당의 위로금만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구단의 설명을 들으며 A씨는 평생 축구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인생을 후회했다고 했다. 그는 "축구만 해 와가지고 계약서가 무슨 계약서인지도 모르고 돈 받고 일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죠. 사회를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퇴직금도 당연히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A씨의 축구인생은 곡절이 많았다. 부산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선수로 뛰었던 A씨는 대학 4학년생이던 1995년 3월 창단 예정이었던 실업축구팀과 계약을 마쳤다. 졸업을 하고 이듬해부터 구단에 합류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그해 11월 치렀던 연습경기 중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계약대로 1996년 2월 실업팀에 입단을 하기는 했지만 회복이 되지 않았고 입단 6개월 만에 팀을 떠나야 했다.

그래도 축구를 포기할 수 없어서 수술을 받고 다니던 대학으로 돌아가 후배들 사이에서 먹고 자면서 재활을 했다. 몸을 만들어 다시 도전을 하면 재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회복은 되지 않았고 결국 선수로의 생활을 접었다. 그 이후 지인의 소개로 고등학교팀 코치를 8년간하고 여자초등학교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6개월간 근무하던 차에 부산 아이파크 12세 미만(U-12) 유소년 감독 자리에 지원해 2007년에 부임했다. 2016년부터 계약종료 전까지는 U-15 유소년팀 감독을 맡았다.

자료사진 2021.6.11/© 뉴스1

A씨는 자신의 선수 생활을 접게 만든 부상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오랜기간 무리하게 훈련 해온 것들이 쌓여서 터진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 체력훈련을 강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는 축구를 즐기고 재미를 느끼면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U-15팀을 맡은 뒤 2016년 전국중학축구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다.

A씨는 자신을 거쳐 프로에 입단한 선수가 10명 정도 되며 연령별 대표로 뽑힌 선수들도 많다며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꼽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프로구단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길러냈다는 자부심을 늘 가져왔지만 최근 구단과 퇴직금 문제로 1년여간 다투면서 자신이 잘못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A씨는 프로구단에서 일했다는 것은 명예스럽지만 밖에 나와서 보니 차라리 학원팀에서 일하는 것이 마음이 더 편했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그는 구단의 발전을 위해 지시를 받은 일들을 성실히 해 왔는데 '유소년 감독은 업무에 재량권이 주어진 독립된 프리랜서 계약이기 때문에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구단 측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구단에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았다"라며 "일을 하는데 구단의 지시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실질적인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프로축구 감독과는 다르게 유소년팀의 지도자들의 경우 구단에 종속되어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씨는 구단이 정해 준 근무일과 근무시간에 일을 했고 회사에서 제공한 공간에서 훈련에 필요한 비품 등을 제공받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계약 기간, 근무장소, 보직 결정, 선수 영입과 방출 전지훈련 장소 선정도 구단에 의해 정해졌다. 계약서에도 '계약기간 동안 구단에 제공하는 것과 같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다른 구단이나 단체에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A씨가 구단에 전속돼 일해야 하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 아이파크 측 관계자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지난해 5월 부산고용노동청에 진정이 이뤄져 조사를 받았지만 '위반 사항이 없다'는 내용으로 행정 종결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5월 진정 당시 증거 제출과 소명이 부족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노동청에 재진정을 넣은 상황이다. 구단 관계자는 재진정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전달받은 바가 없다'라고 답했다.

A씨가 지도한 부산 아이파크의 유소년팀이 지난 2018년 열린 'K리그 U14 챔피언십대회'에서 우승한 모습.(부산 아이파크 구단 홈페이지서 갈무리) © 뉴스1

한편 프로축구 구단에 속해있는 지도자 등 스태프들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는 이전에도 계속 발생해왔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구단의 상황, 근무 형태 등에 따라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법원은 구단과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스태프들을 개인사업자로 봤지만 일을 함에 있어서 구단이 지속적으로 업무지시를 하고 스태프가 구단에 얽매여 일을 했다면 근로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포항 스틸러스'에서 근무하던 트레이너 B씨의 경우 4000만원의 퇴직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햇는데 1심에서는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점 등이 근거가 돼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용역도급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구단에 종속돼 근로했다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결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에서 프로축구 구단 내 스태프들의 고용 문제에 대한 지침도 따로 마련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각 구단의) 자율적인 문제인 것 같고 (구단 마다) 근무 형태도 다 달라서 통일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라며 "다만 구단들에게 유소년 지도자나 코칭스태프의 근로자성 여부를 다투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성격으로 계약을 하려면 주의를 해야 한다고 안내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구단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을 다투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노무사)는 "이번 사건을 담당하면서 조사를 해봤는데 학교나 사립 클럽의 경우는 4대보험 가입도 해주고 근로자성 인정을 해주는데 유독 프로구단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며 A씨 사건 이외에도 최근 근로자성을 다투기 위해 프로구단 스태프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사건들이 더 있다고 설명했다.

A씨도 프로축구 업계에서 계속해 미운 털이 박히면서까지 구단 측과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아직 일을 하고 있는 후배들의 처우가 조금이라도 개선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을 결국 안 주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를 통해서 지도자를 하고 있는 후배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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