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사회일반

'화살촉'에 열광하는 시민들…무차별 신상털기 과연 정의 실현?

'40대 가장폭행' 20대 여성 신상공개 돼…"영웅심리 작용"
언론 책임 막중 지적도…"보도지침 계속 고민해야"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2021-12-18 06:00 송고 | 2021-12-18 08:16 최종수정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는 '화살촉'이라는 집단이 등장한다. 극 중 화살촉은 큰 죄를 짓고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심지어 직접 신변에 위협까지 가하는 사조직이다.

이들은 지옥행 고지를 받은 이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크게 개의치 않고, 고지를 받았으니 죄를 지었을 것이란 생각에 자신들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무차별적으로 행동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中 화살촉이 지옥행을 고지 받은 사람의 신상을 공개한다.(넷플릭스 제공)© 뉴스1

◇펼쳐진 현실판 '지옥'…도 넘는 온라인상 신상 공개  

현실에서도 특정인물의 신상을 캐내 이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행위는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화살촉과 같은 모습이 보인다. 강력범죄 등 반사회적인 사건을 두고 ‘단죄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개인정보를 무차별하게 공개한다.

지난 7월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서 만취 상태의 20대 여성이 산책을 하던 40대 남성과 그의 아들을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도주하려던 가해 여성을 피해자가 막아서자 가해 여성은 욕설을 내뱉으며 무차별 폭행했다.

언론은 이 사건을 앞다퉈 보도했고 일부 유튜버들도 이 사건을 공론화했다. 공분을 산 가해여성은 누리꾼들과 유튜버에 의해 구체적인 신상이 공개했다.

유튜버 '구제역'은 총 3개의 영상을 올렸다. 각 영상은 4만회, 17만회, 38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평균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는 해당 유튜버를 응원하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단순 주취 폭행사건으로 하루에도 수백 건씩 이뤄지는 범죄지만 가족이 보는 앞에서 범행이 이뤄진 점과 허위 사실을 주장한 점 등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신상털기의 타깃이 됐다.

무차별적인 신상공개가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익성을 목적을 둔 영웅심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기관이 섣불리 하지 못하는 것을 본인들이 한다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라며 "공익성을 목적을 둔 선한 취지, 일상의 정의구현을 위해 행동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형벌을 행사하기로 합의가 돼 있고 국가가 절차에 따라 형벌권을 행사하는데 자꾸 어떤 사적 수단이 개입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언론이 신상 공개 부추겨?...해결책은 없나

무분별한 신상털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통한 추가 제재와 함께 근본적이고 자정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 개인에게 형사적으로 처벌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조언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시민 모두가 사회 자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국가 형벌권과 사법권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사법 시스템과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다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의 역할을 주문한다. 이번 20대 여성 폭행 사건의 경우에도 언론들은 사건의 내용이 아닌 여성의 신상에 초점을 맞추고 보도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버 구제역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직업공개만 했을 뿐 구체적인 신상공개는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최초 보도는 언론이, 그리고 가해여성의 구체적인 신상에 대해서는 기성언론이 2차 확산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류승호 시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네티즌들의 신상털기 행태는 언론이 알권리 차원을 벗어나 대중의 격분과 호기심을 부추긴 측면도 크다" 며 "언론사와 기자들은 특히 범죄 관련보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불법행위 등 법적문제에 관한 깊은 숙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하영 변호사도 "수사 초기단계에서 대중의 알권리를 넘어 선정적인 범인화 보도가 이뤄지는 현상은 우려할 만 하다"고 꼬집었고, 서혜진 변호사는 "신상공개와 관련된 보도지침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jwowe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