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련/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지난 17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극본 신하은/연출 유제원) '식혜 커플' 홍두식(김선호 분)과 윤혜진(신민아 분)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이 있다면 이는 단연 여화정(이봉련 분)이다. 이봉련은 '갯마을 차차차'로 이 같은 인기를 처음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는 와중에 사랑받는 것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직접적인 피드백도 처음이었다"며 "가만히 있어도 알아봐주시니까 반응을 정말 뜨겁게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갯마을 차차차'가 '오징어 게임'과 함께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로 화제를 모으면서 해외 팬들의 댓글이 신기했던 경험도 고백했다. 

이봉련이 연기한 여화정은 홀로 아들 이준(기은유 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횟집 사장이자 공진동의 통장이다. 공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의리도 넘치고 여장부 기질도 있다. 주인공 윤혜진이 공진에서 살고 있는 집과 그가 운영하는 치과의 건물주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공진의 3대 미스터리의 주인공이었다. 3대 미스터리 중 하나가 여화정과 장영국(인교진 분)의 이혼 사유였던 것. 전 남편 장영국조차 모르는 이혼 사유로 방송 내내 둘의 사연을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았고, 여화정의 상처에 공감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이봉련은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갯마을 차차차'는 역할로 배우를 기억해주시는 첫 작품이 아닐까"라며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잊지 못할 뜨거운 여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5년 뮤지컬로 데뷔해 다수 작품에서 활약해오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부문 여자 연기상도 수상하는가 하면, '갯마을 차차차'로 주목받게 되면서 스스로도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고백했다. 이봉련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갯마을 차차차' 비화와 배우들과의 호흡, 장영국과 유초희(홍지희 분)와의 삼각관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봉련/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뉴스1

-화정과 실제 싱크로율은.

▶화정과 다르다. 저는 리더십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젠 의견도 잘 이야기하고 그런 훈련이 많이 됐는데 예전엔 훨씬 더 소극적이고 그랬다. 여화정이란 인물은 말이 거침 없고 생각을 실천으로 바로 옮기면서도 신중하게 잘 생각하는 것 같다. 저랑은 다르다. '이 사람 괜찮은 사람이다, 멋지다' 싶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닮고 싶다. 화정이 말투도 몇개월 썼더니 괜히 저도 그렇게 말을 내뱉게 되더라. 화정이 머리스타일과 착장을 하면 자부심이 확 생긴다. 화정이의 가방을 메는 순간 자부심이 생기더라.(웃음)

-인교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인교진 배우는 참 좋은 배우다. 제가 개인적으로 팬심이 있다.(웃음) 시청자로서 집에서 드라마를 볼 때 개인적으로 혼자 제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 장영국의 장면이다. 인교진씨의 호흡이 왜 그렇게 새롭고 너무나 재밌는지 모르겠다. 인교진 배우는 코믹한 연기를 하는 게 아니고 장영국을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는 거다. 장영국 역할과 분리해서 인교진씨를 보면 장영국과 다르다. 배우로서 볼 때 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았던 배우니까 상대 연기 보면서 굉장히 흥미롭다 느꼈다. 케미도 그래서 좋아졌던 것 같다.

-'양말 뒤집어 놓지 말라'는 장면이 화제였다.

▶그 장면 저도 정말 공감된다. 어떤 분은 재밌게도 보시고 마음 아프게도 보시고 그 시간을 넘긴 어떤 사람은 회한에 가득찬 모습으로 보시고 여러가지 마음으로 잘 봐주셨더라. 촬영할 때 그 장면이 이상하게 부담이 됐다. 과거의 어떤 장면인데 둘이 왜 이혼했는지 공진 사람들도 아무도 모르고 베일에 싸여있지 않았나. 오래 켜켜이 쌓인 캐묵은 감정들이 양말 하나로 터지는 장면이었다. 누군가에겐 '그냥 양말?' 할 수 있지만 꽤나 무거운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표현하는 데 있어 찍기 전부터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화정이로서 연기해서 쌓아온 감정이 있으니까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부담이 된 채로 갔다. 묵직한 마음 그대로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스태프들도 안타까운 장면이니까 다같이 집중해주셨다. 스태프들이 도와주신 기억이 난다.

-영국과 결말은 어떤가.

▶해피엔딩이 결말이다. 이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줄 거고 앞으로 둘이 사랑하고 이런 게 아니라 이 가족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결말이었다. 어른들이 내린 일방적인 이혼 결정이었는데 아이에게 아빠를 되돌려 주고 가족을 다시 만들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 커플의 가장 행복한 결말은 이준이와 함께 시작된다는 것이 아닐까.

-실제라면 돌아온 장영국을 받아줄 것 같나. 화정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받아주는 것과 달리 같이 사는 건 또 다른,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웃음) 영국이는 모르고 화정이에게 상처를 줬다. 실제라면 받아줄 것 같다. 사는 건 다른 문제다. 화정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랑 많이 받아!'다.

이봉련/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초희 역할의 홍지희 배우와의 러브라인 코드는 어떻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나.

▶초희라는 친구는 저를 좋아했던 친구인데 표현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똑같다. 나를 그렇게 좋아하는 감정에 대한 건 그대로 가고 저는 영국을 좋아하는 거다. 그게 고스란히 잘 드러났기 때문에 세 사람의 관계가 잘 보이지 않았나 한다. 누굴 좋아한다는 건 상대가 누구든 감정은 같은 거라 생각한다. (러브라인은) 각자 몫을 잘 해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재회한 신민아, 그리고 김선호 배우를 곁에서 바라보니 어떤 배우들이었나.

▶신민아 배우는 '매일 그대와'로 만났었고, 김선호 배우는 알고 있는 후배였는데 작업으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신민아 배우는 '갯마을 차차차'로 다시 만나니까 그렇게 반가울 수 없더라. 전작에선 서로 기대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 사이였는데 이번엔 나이대가 달라지니까 더 편하더라. 서로 나이도 들고나니 더 편해진 것 같다. '이 친구가 몇년 더 시간이 흘러서 깊어졌구나'하고 민아씨 통해 생각했다. 김선호씨는 왜 우리가 한번도 만나지 못했는지 얘기하면서 언젠가 꼭 무대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갯마을 차차차'에서 이봉련 배우에게 가장 자극제가 됐던 배우의 연기가 있을까.

▶나 아닌 모든 사람이다. '갯마을 차차차'에 국한시켜 얘기해보면 그 많은, 모든 사람들과 장면을 만들어갈 때 정말 자극이 되더라. 실수하거나 넋놓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식은 땀도 난다.

-'런온'에 이어 '갯마을 차차차'까지 '든든한 언니'의 이미지로 확실히 각인된 것 같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봉련은 어떤 동료이자 언니, 동생인가.

▶어떤 사람에게는 따뜻하고 든든한 언니 이미지고 어떤 사람한테는 까다롭고 예민한 동료일 수 있다. 제 바람은 마냥 따뜻할 수 없으니 제가 경험한 선 안에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제가 봐도 저도 그런 (화정이와 같은 든든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더라. 제가 그런 사람이 되보면 좋겠다 생각한다.

-올해 드라마 '괴물'로도 주목받았던 남편인 이규회 배우도 이번 활약을 많이 응원해줬나.

▶드라마 보면서 본 방송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항상 TV를 켜놓고 있더라. 제가 집에 없을 때도 드라마를 봐주고 따뜻한 드라마에 아저씨 역할로 꼭 뭔가 하고 싶다고 얘기도 하고 부럽다고 했었다. 항상 '네가 최고야' 이런 응원을 한다. 우리 끼리 할 수 있는 응원이다.(웃음)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