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친문 적자'라 불리며 유력한 대선잠룡으로 거론되던 김경수 경남도지사(54)가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2018년 6월 허익범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돼 수사를 시작한지 약 3년 여 만이다. 김 지사는 곧 수감될 예정이며 총 7년 동안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정치 생명에 큰 위기가 닥친 셈이다.
대통령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를 유죄라 본 대법원 판결의 상징성은 무척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첫 특별검사로 임명돼 현 정권의 대척점에서 수사를 벌였고 끝내 김 지사의 실형을 이끈 허익범 특별검사를 인터뷰했다.
허 특검은 2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 지사 사건은) 정치 사조직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왜곡시키는 행위를 하도록 관여하고 이용한 사건으로 꼭 버려야 할 행태"라며 "곧 선거를 앞둔 우리 사회에서 꼭 생각을 해둬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회는.
▶내 주장이 절반밖에 안 받아들여졌는데 소회가 뭐 있겠냐. 그냥 인정하는대로 받아들여야지.
-현 정권과 대척되는 수사였다. 부담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당연히 있었다. 2018년 6월, 7월에는 지금보다 더 큰 위세가 있었던 분이지 않았나. 그 당시 인터넷 기사라든가 신문 기사에서는 김 지사를 소환했다는 것만으로도 날 완전히 죽일 놈으로 만들었다.
-난리가 났었다.
▶김 지사가 특검 사무실에 들어올 때 개선장군 들어오듯이 들어왔다. 민주당 등 정당과 주변에서 정치적으로 무형의 압력이 참 많이 있었다.
실제로 대법원 선고가 있던 날, 허 특검이 입장을 발표하자 김 지사의 지지자들은 허 특검에 각종 비난을 퍼부었다. 허 특검은 "난생 처음 20분 동안 욕을 얻어먹었다"며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겪었다"며 웃어 넘겼다.

-수사 당시 '실패한 특검이다'라며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나보고 '최약체 특검'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맞다, 하하.
-당시 어떤 생각이 드셨나.
▶내가 일단 맡았으니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 다만 한 가지 원칙, '증거가 가리키는대로 나는 그대로 갈 것'이란 원칙은 꼭 지켰다. 그것만큼은 바로 오늘까지도 내가 지켜온 원칙이다.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사망한 사건으로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 분이 예기치 않게 돌아가셨다고 '무리한 수사'라는 프레임으로 특검을 흠집 내는 것에 대해 나는 지금도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나는 그 분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그래서 안타까운 생각을 가졌다.
그렇지만 당시 계좌 추적을 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 노회찬 의원이었을 뿐이다. 마치 노 의원만을 타깃으로 잡아 수사한 것처럼 간주를 하고 '무리한 수사다, 막상 할 건 안 하고 변죽만 울린 수사다'라는 식으로 비난을 많이 하더라. 그런데 막상 김 지사를 소환하니까 김 지사를 소환했다고 난리가 났다.
-재판에서 '닭갈비 영수증'이 쟁점이 됐다. 결과적으로 2심과 대법원 선고에선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 같다.
▶변호인이 2심 내내 쟁점화하려고 애썼다. 변호인 측이 세운 가설을 타당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전제가 되는 게 닭갈비 영수증이었다. 그 구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닭갈비 영수증은 변호인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항소심에서 김 지사 측은 댓글 순위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에 김 지사가 불참했다는 회심의 반격카드로 닭갈비 영수증과 닭갈빗집 사장의 증언을 내밀었다. 김 지사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측이 음식점에서 포장해온 닭갈비를 오후 7시쯤부터 1시간가량 같이 먹고 이후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경공모 브리핑을 들었기 때문에 시연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특검 즉 기소한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순수하게 제3 법률가의 입장에서 재판을 보더라도 그건 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렛대가 아니었다. 다른 제반 증거들이 그 구도하고는 전혀 안 맞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또 공판이 끝난 후 변호인 측이 그 부분만 인정되면 무죄가 나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서 외부적으로는 그게 굉장히 중요한 걸로 인식이 됐을텐데 나로서는 그것이 이 사건의 어떤 본류에 거의 영향이 없는 사안이었다고 본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디지털 증거가 워낙 많았다. 수사 초기보다 공판 과정에서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변호인들이 워낙 디테일하게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니까. 큰 그림 하에서 분석했던 디지털 증거들을 디테일한 부분에 맞춰 검증을 하고 재검토, 재분석을 했다. 일일이 그걸 다 찾아 제시하는 과정이 참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이상한 것은 그렇게 찾아내면 또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이 분명히 어디엔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 주장이 입증되고 확정되는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 앞으로 어떤 특검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점점 더 디지털 증거가 중요한 판단을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 증거들의 확보와 수집 그리고 분석과 융합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루킹 특검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거치면서 이 사건이 법조계나 혹은 사회 전체에 어떤 의미를 남겼다고 보는가.
▶선거 당선을 위해 속된 말로 '무슨 짓을 해도 나중에 당선만 되면 된다'라는 생각이 일부 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해서 일단 당선되면 설령 어떤 위법 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크게 흠이 안 되는 것처럼 치부됐었다. 이 사건에선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시켰다. 정치 사조직을 통해 그런 행위를 하도록 관여하고 이용했다. 이는 꼭 버려야 할 행태라고 생각한다. 곧 선거를 앞둔 우리 사회에서 꼭 생각을 해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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