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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하늘'에 꽂히다…초보 조종사 키우는 '정석비행장'[금준혁의 온에어]

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신인호·박단비 교관
공군 꿈꾸는 학생들의 선생님…"늘 말하는 '끝까지 하라', 나 자신 향한 말이기도"

(제주=뉴스1) 금준혁 기자 | 2024-03-30 07:05 송고 | 2024-03-30 12:11 최종수정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박단비 교관(왼쪽)과 신인호 교관 2024.03.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박단비 교관(왼쪽)과 신인호 교관 2024.03.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먹구름이 몰려오며 비행장도 안 보이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무서웠는데 학생이 불안해하니까 다독이며 어찌어찌 랜딩을 했습니다. 계속 존경한다고 말하는데 그날이 마침 스승의날이었습니다."(박단비 교관)

변덕스러운 바람에 비행기 날개마저 휘청이던 지난 3월11일 정석비행장.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소리를 내는 세스나 비행기로 막 비행을 마친 신인호, 박단비 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관을 만났다.
◇기본 지식부터 모의 비행, 실제 비행까지…교관의 하루

항공사에서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가용 조종사 면장, 계기 면장, 사업용 조종사 면장 다발한정 자격까지 4개의 면허가 필수다. 여기에 교통안전공단 시험 등을 거쳐야 비행교관이 된다.

조중훈 한진(002320)그룹 창업주의 호를 딴 정석비행훈련원은 2003년 항공대 비행교육원이 대한항공(003490) 조종훈련생 양성과정을 위탁 운영하며 설립됐다.
정석비행장에는 입과 시험을 통과한 항공대 4학년 학부생, 주로 공군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온다. 최소 졸업요건인 자가용 조종사 면장을 따게 된다. 항공대 다른 비행훈련원과 달리 정석은 원칙적으로 학부생들로 구성된다.

국내에서 비행교관의 역할은 생각보다 많다. 박 교관은 "비행교관의 교육은 크게 비행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르치는 학술, 시뮬레이터로 연습하는 모의비행, 공중에서 실제로 항공기를 조종하는 교육비행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박단비 교관 2024.03.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박단비 교관 2024.03.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못한 비행은 그곳에 두고 오길…비행의 재미 느꼈으면"

교관이기 전에 항공대에서 똑같은 과정을 마친 선배다. 학부생으로서 왼쪽 조종석(기장석)에 앉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교관이 앉는 오른쪽 조종석(부기장석)에서는 보이기 마련이다.

신 교관은 "학생일 때는 교관님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교관인 제가 안일하면 이 친구들이 훗날 공군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원칙을 따라가려고 한다"고 했다.

박 교관은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응도 느리고 작은 것을 맞추려다 결과적으로 큰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날 못한 비행은 거기에 두고 오라고 강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마냥 다그치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다. 박 교관은 "정석비행장은 학생들이 전부 첫 비행을 시작하는 장소"라며 "여기서만큼은 비행이 재밌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교관은 "작년에 3명의 학생들을 공군으로 보냈는데 '끝까지 하라'는 말을 했다"며 "비행이 내 길이 맞는 건가 생각이 항상 들었고, 그럴 때마다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신인호 교관 2024.03.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신인호 교관 2024.03.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학생 가르치는 교관이지만…에어라인 꿈꾸는 미생

학생들에게는 닿기 힘든 존재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도 경력을 쌓고 조종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미생이다.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신입 부기장에 요구하는 비행시간이 최대 1000시간인 곳도 있다. 항공업계를 덮친 코로나19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던 이들에게 위기였지만 교관을 택하는 계기가 됐다.

신 교관은 "중남미 항공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학생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관을 지원했다"고 했다. 박 교관은 "부모님과 오빠가 교육업에 종사해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평생 보고 자랐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따라 하늘길에 왔다는 신 교관은 "미국 서북부에서 첫 비행을 했을 때, 뒷자리 승객이 아니라 제일 앞자리에 앉아 처음으로 앞을 보며 비행할 수 있었다는 기억이 아직도 난다"고 회상했다.

박 교관은 "플로리다에서 원대한 목표를 갖고 첫 비행을 했는데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며 "그러다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단독 비행에 나선 날, 처음으로 비행이 너무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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