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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돈"…전체 의사 '10분의1' 전공의에 목숨 건 현실[리뷰1]

병원들 전문의 고용 않고 땜질식 운영
전문의 따면 기대수익 높은 개원가로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박동해 기자 | 2024-02-25 07:00 송고
편집자주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해명과 반박이 거듭되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왜곡된 파편만 남게 됩니다. [리뷰1]은 이슈의 핵심을 한눈에 파악하고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도 함께 담겠습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수술·시술·검사·입원 등 정상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2.2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수술·시술·검사·입원 등 정상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2.2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전공의가 떠나자 의료 현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필수의료 부문에서는 진료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벌일 때마다 반복되는 '의료공백'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응급·필수 의료체계는 사실상 전공의들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전공의는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대형종합병원·대학병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근무하는 '수련생' 신분이다.
전체 의사 11만명 중 전공의 숫자는 1만명 수준.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은 왜 전체 의사 수의 10분의 1 수준인 수련생들에게 이처럼 의존적일까.

◇ 결국 간과할 수 없는 시장 논리 때문

문제는 결국 '돈'이다. 병원의 입장에서 전공의는 '싸고 오래' 일을 시킬 수 있는 노동자다.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전문의가 주축이 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민간병원들은 돈을 더 들여서 전문의를 고용하기보다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할 수 있는 전공의들 쪽을 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빅5 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전체 의사 인력의 30~40%대다. 서울대병원이 46.2%로 가장 크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40.2%), 삼성서울병원(38.0%), 서울아산병원(34.5%),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33.8%) 순이다. 문제는 전공의 비율을 줄이면 전문의를 채용해야 하는데 병원 측에서 감당해야 하는 인건비 부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종합병원 봉직의(월급 의사)의 평균 임금 소득은 1억8500만 원대로, 전문의 자격증을 딴 동네의원 개원의 연봉(2억9400만 원)의 63% 정도다. 이에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전체 9만5852명 중 1만4255명으로 전체 15% 수준이다.

전문의들은 개원하게 되면 기대 수익이 더 높기 때문에 상급병원을 떠나고 상급병원들은 전문의들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력 공백을 전공의로 채워왔다. 수련생인 전공의가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를 돌보고, 숙련된 선배 의사는 동네의원·일반종합병원 등이 속한 1·2차 의료기관에서 가벼운 환자를 진료하는 기형적 인력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봉직의(월급의사)와 개원의의 연봉 차이는 비급여 항목 등록의 불투명성 때문에 발생한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일반 월급의사는 개원의 연봉의 약 63% 수준을 버는 것으로 계산되지만 실제로는 분야별로 차이가 천차만별이고 일반적으로 개원을 하면 봉급의의 2배 이상은 더 번다는 게 중론이다.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정부 "전문의 중심 병원 개편"…실효성 있을지 비판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도 결국 이런 기형적인 의료서비스 공급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발표한 '필수 의료정책 패키지'를 살펴보면 상급병원의 전문의 비율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들이 담겼다.

먼저 정부는 의사 인력 확보 기준을 고쳐 연평균 일일 입원환자 20명 당 전공의는 0.5명만 배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정부는 전문의 고용을 확대해 전공의 업무를 축소하는 병원에는 추가 보상을 하기로 하는 등의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을 놓고 병원에 전문의 고용을 강제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재원과 세부 내용도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대중 아주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공공병원이 앞장서서 적정 인원을 고용하고, 정부가 경영평가에 '전문의 비율' 등 요소를 강제로라도 넣어 의료환경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율은 지금까지도 10%대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한때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효과가 미비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응급의료 관련 인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전임의가 아니면 일반 종합을 안들어오려고 하다보니 교수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며 들어온 입원전담전문의인데, 계약직이고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지원율이 약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외래 진료나 수술하지 않고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진료를 전담하는 전문의다.

한편,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에서 8897명(78.5%)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냈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69.4%인 7863명이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의 경우 이미 총 36개교에서 1만1481명이 휴학을 신청하는 등 의료계 집단 이탈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3일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될 때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등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는 한편,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에 이어 환자 피해 발생 시 최고 형량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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