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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폐법' 이달이 국회 통과 마지노선…'특별법 제정' 외침 확산

최남호 산업 2차관 이어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국회 처리" 호소
"2030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이번 국회서 꼭 처리"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4-02-21 07:27 송고
고리2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소. (한수원 제공)
고리2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소. (한수원 제공)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 방폐법)'의 21대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 국회 내 처리가 되지 않으면 법제화에 최소 1~2년은 더 시일이 소요될 텐데, 당장 포화상태에 다다른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방도가 없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사태까지 걱정해야 한다는 게 특별법 제정 찬성론자들의 우려다.
◇민관, "이달 국회서 특별법 처리" 촉구 한목소리

21일 정부와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직접 정부세종종합청사를 방문,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향해 '고준위 방폐법'의 이달 처리를 호소했다.

황 사장은 "2030년부터 원자력발전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임박해 저장시설 확보가 시급하다"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황 사장은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1만8600톤을 포함해 총 32기의 발생량 4만4692톤의 처분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각 원전 내 임시 저장 시설에 보관돼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 임시 저장 시설도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탈원전·친원전을 하든 우리 세대가 원자력으로 입은 여러 가지 장점, 경제적 이익에 대해 현세대가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라며 거듭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도 지난달 30일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조속한 (고준위 방폐법)제정으로 원전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차관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정부는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단체에서의 특별법 제정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원자력협의회)는 19일부터 이틀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원자력협의회는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웍을사과넷)'을 비롯해 에너지와 여성, 에너지의미래를생각하는법률가포럼 등 1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특별법이 이달 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자동폐기되고, 상당 기간 법제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고리원자력본부. 사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 2, 3, 4호기. (한수원 제공)
고리원자력본부. 사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 2, 3, 4호기. (한수원 제공)

◇'고준위 방폐법' 원전 사용후원료 영구 처분시설 구축 법적 근거 담아

고준위 방폐법은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처분시설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용기에 밀봉한 후 땅속 500~1000m 지점까지 터널을 뚫어 영구 격리하는 방식의 시설 구축을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이를 위한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섰지만, 구축 지역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특별법은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문제 인식에서 마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재 발전소 내 습식 저장조에 폐기물을 보관해 왔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환경공단이 관리하는 경주 방폐장에 안전하게 이송해 관리·보관하지만, 처분시설을 갖추지 못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 각 원전본부에서 임시보관 중이다.

문제는 발전소마다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라면 2028년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 한빛 1~6호기, 2031년 한울 1~6·신한울 1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할 예정이다.

제21대 국회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개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0.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제21대 국회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개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0.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1대 국회 처리 가능할까…가능성은 '요원'

22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고준위 방폐법 처리 촉구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이번 국회에 처리가 되지 않으면 법제화까지 최소 1~2년의 시간이 더 소요되고, 처리시설 미구축으로 인해 원전 가동도 중단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곧바로 영구 처분시설을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구 처분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부지선정(13년) △지하연구시설 건설 및 실증연구(14년) △영구 처분시설 건설(10년) 등 37년의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구 처분시설을 건립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중간 저장시설을 구축해야 하는데, 원전 내 중간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데도 최소 7년은 소요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시시각각 임계점은 다가오지만, 국회 논의는 멈춰선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야당은 '고준위 방폐법'을 현 정부의 '친(親)원전' 정책으로 규정, 반대하고 있다.

애초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먼저 발의하고, 이어 국민의힘 이인선·김영식 의원이 법안을 추가로 발의하면서 3가지 안을 병합에 논의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여당은 폐기물처리장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저장 용량을 '원자로 운영 허가 기간의 발생 예측량'으로 제한하면서 향후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했고, 야당은 '설계 수명 기간의 발생 예측량'으로 제한하면서 협상은 공회전 중이다.

쉽게 말해 여당에서는 신규 원전건설을 전제로 방폐장 건설 시 수용규모를 넉넉히 확보하자는 것인 반면, 야당은 현재 가동원전의 수명까지만 운용할 수준의 방폐장 건립으로 자연스레 원전을 도태시키는 방안을 주장한다.

고준위방폐물법이 이번 21대 국회에서 무산되면 여야가 발의한 법안들은 자동폐기된다. 새로 구성될 22대 국회에서 유사 내용의 법안을 재발의해 논의가 시작돼도 최소 1~2년의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전날 기자들과 만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번 (21대 국회) 회기 내 통과가 안 되고 폐기되면 다음 회기에 추진해야하는데, 새 회기가 시작되면 원 구성에 시간이 걸리고 새로 국회에 들어온 분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적어도 1년은 또 걸릴 것"이라면서 "제발 법이 통과되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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