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유방암 수술 연기될까 걱정"…의료공백 올까 "불안불안'

가천대길병원·부천성모병원 전공의 45명 사직서 제출

16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2024.2.1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16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2024.2.1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어머니 유방암 수술 일정이 미뤄질까 봐 불안해요."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암센터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A 씨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환자의 목숨을 밥그릇 싸움에 이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초진 병원에서 유방암 2기를 진단받았다. 이후 대학병원 이곳저곳에 진료 예약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운이 좋게 예약을 한 가천대길병원도 진료까지는 3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했고 조직샘플 전달 등 복잡한 전원 과정을 겪은 다음에야 조만간 수술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A 씨는 어렵게 잡은 어머니의 수술 일정이 전공의들의 줄 사직으로 연기되지 않을까 불안하다.

A 씨는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기존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수술 일정이 미뤄지면 안 된다"며 "아직 연기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의료계 단체행동의 시작과 끝을 의사회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지속해서 겁박하거나 면허와 관련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법적 조치와 더불어 보다 강경한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했는데, 의료계의 단체행동은 전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6일 0시 기준 인천과 부천지역에서는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레지던트·인턴) 196명 중 21명이, 부천성모병원 전공의 93명 중 2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된 곳은 없다.

이 지역 다른 상급종합병원인 인하대병원과 인천성모병원에선 아직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없지만, 곧 '집단행동' 움직임이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환자 및 보호자들은 아직은 큰 동요를 보이고 있지는 않으나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접수처 앞에서 만난 환자 B 씨는 "허리 때문에 병원을 3~4개월째 통원 치료를 하고 있는데 예약이 밀리지는 않았다"며 "내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면회도 안 되는 중환자실 환자 보호자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말했다.

부천성모병원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C 씨는 "당장 다음 주에 정기 검진이 잡혀있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고 있다"며 "의사들이 환자를 가족처럼 여겼다면 단체행동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 사이에서 수술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아직 수술 일정이 연기되거나 축소·운영할 계획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는 가천대길병원 196명, 인하대병원 158명, 인천성모병원 92명, 국제성모병원 50명, 인천의료원 12명, 인천사랑병원 9명, 부평세림병원 8명, 한길안과병원 3명 등 총 8개 병원에 528명의 전공의가 있다.

가천대길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진 500여명 가운데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한다. 인하대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진 중 39%를, 인천성모병원의 경우 29%를 전공의가 차지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환자를 문진하고 수술 전 기저질환에 대한 협진, 수술 준비 등 환자들을 직접적으로 돌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병원을 떠날 경우 전문의와 간호사 등 나머지 인력만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해 의료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지역 의료여건 개선과 의사 수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올해보다 2000명 증원하겠다고 했다. 현재 전국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이에 대한 의료계 반발에 정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 의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또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위반할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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