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신청에 나선 가운데 돈을 빌려준 증권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 전반으로 부실이 번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후폭풍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NICE신용평가가 전날 발간한 스페셜 리포트인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제2금융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신용보강 5647억원, 책임준공 및 단순시공 3582억원 등 총 9229억원이다.
이예리 NICE신용평 선임연구원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제2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태영건설 시행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저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와 건전성 저하,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 등에 따르면 증권사 중 KB증권이 412억원의 PF 대출을 제공했으며 △하나증권 300억원 △한양증권 100억원 △현대차증권 28억원 △미래에셋증권 23억원 등 단기차입금을 각각 대출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발표 후 대출 잔액을 파악하고 담보 등 회수 방안을 확인하고 있다.
한양증권은 올해 7월 말 인수한 태영건설 기업어음(CP) 100억원을 저축은행에 당일 매각해 관련 대출 잔액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증권은 시가 2300억~25000억원 규모의 태영건설의 여의도 본사 사옥을 담보로 잡고 있어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당장 회수 방안과 가능 여부를 확언하긴 어렵다는 증권사도 있었다. 기대출 증권사 중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따라 채권단으로 참여해 협의하고 경영 정상화 계획과 그 수준을 논의할 텐데, 경우의 수가 많다"며 "논의 전부터 대응을 어떻게 하겠다고 섣불리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금융권 중 증권업계가 부동산 PF 연체율이 가장 높은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손실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3%로 금융권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시공 사업장 디폴트로 다른 채무 상환까지 꼬이게 되면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장들까지 도미노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경기가 불안정해지며 중소 건설사 수익성 악화도 가시화되고 있고, 담보로 잡은 것들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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