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먹고 자면 수면 상태에서 심박수와 호흡 등 생체 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알약형 전자기기가 개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지오바니 트라베르소(Giovanni Traverso)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섭취할 수 있는 바이털 모니터링 알약의 최초 임상시험'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18일 발표했다.
이 전자기기는 CPU 역할을 하는 연산장치, 가속도계 등 센서, 메모리, 통신 장치 등으로 구성됐다. 심장이 뛸 때마다 생성되는 몸의 진동을 가속도계 등으로 추적해 무선 통신 장치로 노트북에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수면 모니터링 성능을 확인하려고 10명의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중단되는 수면무호흡증은 진단 과정에서 병원에 입원해 각종 장치를 몸에 연결하고 잠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수면 실험 결과 스마트 알약은 호흡수는 92.7%, 심박수는 96%의 정확도로 데이터를 생산해 수면무호흡증에서 나타나는 호흡 중단을 감지해 냈다.
아울러 연구진은 방사선 촬영을 통해 알약이 안전하게 배출된 것까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는 호흡 변화 감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정확성 등 문제가 있다"며 "섭취형 장치는 비용 및 정확도 측면에서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는 펜타닐 등 약물로 인한 호흡 이상을 관찰하고 위험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지도 살폈다. 연구팀은 돼지의 배 속에 스마트 알약을 심고 돼지에 펜타닐을 투여했다. 돼지가 펜타닐 때문에 호흡이 멈추자 알약은 위험 신호를 내보냈고 연구원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 과다 복용상태를 되돌릴 수 있었다.
이러한 '먹는 전자기기'는 의료 진단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카메라가 내장된 알약을 삼켜 내시경처럼 위장 영상을 얻는 기술이 상용화돼 병원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이 기술은 내시경을 입이나 항문으로 삽입하는 불편감을 피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검사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캡슐 내시경은 강력한 자기장의 영향으로 장에 상처를 입히거나 현재 기술로는 소장 검사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향후 먹는 전자기기는 단순 진단을 넘어 위험 상황 발생 시 약물을 방출하는 등 조처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트라베르소 MIT 교수는 "이번 연구의 알약은 약 하루 만에 신체를 통과하지만 향후 장기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며 "미래에는 장치가 증상을 감지하면 약물을 자동으로 전달해 각종 질환 대응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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