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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로봇과 친구가 되다'…상상에서 일상이 된 미래기술

[터닝포인트]자율로봇에 진심인 배민과 대동…앞으로 더 편해진다
자영업자도 고객도 만족하는 '배달로봇' 시대 성큼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24-01-10 05:05 송고
 배달의민족 로봇 딜리가 자율주행으로 서빙하고 있다.(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의민족 로봇 딜리가 자율주행으로 서빙하고 있다.(우아한형제들 제공)

과거 SF영화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등장하던 자율주행 로봇이 일상으로 다가왔다. 음식점 곳곳에서 무인 서빙로봇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사람과 장애물을 피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 당연해 식상함을 느낀다. 자율주행 로봇에 대한 인식이 상용화 이후 불과 5년 만에 이토록 많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실내를 벗어나 야외공간과 거리에서도 자율주행 로봇과 함께 걷게 될 전망이다. 사람과 로봇이 삶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 서빙로봇 4년…자영업자 '방긋' 손님도 '만족'
자율주행 로봇이 일상을 파고든 시작점은 음식점 서빙이다. 아직은 음식이 담긴 접시를 식탁으로 내려주진 못하지만 사람·장애물·동료로봇을 알아서 피해 주문한 테이블로 배달하는 임무는 완벽하게 해낸다. 주문을 잘못 받거나 잘못 전달하는 실수는 자율주행 서빙로봇 사전엔 없다. 서빙로봇은 스마트오더 등 IT·플랫폼 첨단 기술과 연계해 계속 똑똑해지고 있고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임무를 쉬지 않고 수행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는 청년사장 김경목씨는 펑크 낼 걱정 없는 '일당백 직원' 서빙로봇 덕에 한시름 놨다고 말한다. 회전율이 중요한 점심엔 서빙을, 식기가 많은 저녁에는 퇴식을 서빙계의 에이스에 맡긴다.

"요즘 성실한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 힘들어 막막했는데 서빙로봇이 해결책이 됐습니다. 직원들은 여유가 생기자 얼굴표정이 밝아졌고 매장 분위기도 확 살아났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월드컵 경기가 있을 땐 음성과 디스플레이 화면을 재치 있게 변경하고 생일인 손님에게는 생일 축하 노래를 재생했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서빙로봇은 자영업자들의 구세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김경목씨)
자율주행 서빙로봇의 국내 상용화는 올해로 5년차다. 2018년 서빙로봇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11월 임대 형태의 '딜리S'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우리 주변 음식점에서 서빙로봇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배민은 상용화에 앞서 2018년엔 피자헛 목동중앙점에서 '딜리 플레이트'를 시범운행하고, 2019년 7월엔 미래 레스토랑 콘셉트 매장 '메리고키친'을 열고 '스마트오더+서빙로봇' 연계시스템을 구현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접한적 없던 혁신이었다. 배민은 2020년부터 전국 요식업장을 대상으로 구독형(렌털형) 모델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배민의 서빙로봇 딜리 보급대수는 △2020년 10월 240여대(180여곳) △2021년 8월 400여대(320여곳) △2021년 12월 500여대(400여곳) △2022년 2월 630여대(500여곳)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최근 1년 비약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8월 기준 2200여대(1600여곳)를 보급했다.

코로나 엔데믹(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외식수요 활성화와 배민의 30만원대 구독형 상품 출시가 맞물린 결과다. 우아한형제들 서빙 로봇 자회사인 비로보틱스는 올해 중순 월 19만9000원에 서빙로봇을 이용할 수 있는 '인증중고 렌털 상품'을 선보이며 대중화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로봇 응대했더니 '갑질·진상' 골칫거리 차단 효과

자영업자들 사이 자율주행 서빙로봇이 각광 받는 이유는 구인난의 해결책이 되는 데다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치솟은 인건비와 아르바이트 공급 감소 등으로 직원을 구하지 못하자 처음에는 대체제로 서빙로봇 구독 계약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음식점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 월 급여는 200만~350만원 정도다. 반면 서빙로봇은 월 구독료는 옵션이나 약정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30만~50만원 수준이다.

자율주행 서빙로봇이 활성화하자 생각지 못한 장점도 발견됐다. 기본적으로 비대면 서비스이기 때문에 '갑질' '진상' '악성민원인' 등과 대면시 벌어질 수 있는 골칫거리들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직원이 아닌 로봇으로 손님을 응대했더니 '갑질 이슈'로부터 멀어지는 경험을 했다. 비대면 서비스 도입은 자영업자들이 서빙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숨은 요소로 꼽힌다.

자율주행 서빙로봇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과 사회적 인식 변화 바람을 타고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만족도가 낮았다면 반발에 부딪혀 자리 잡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서빙 로봇을 접한 대다수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고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율주행 로봇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만나 음식점을 넘어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PC방 △호텔 △병원 △대형마트 △물류센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울산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신종필씨는 자율주행 배달로봇과 룸 알람 태블릿 연계시스템 매력에 푹 빠졌다. 신씨는 "예약이 다 차는 주말엔 적어도 두 사람이 카운터를 봐야 했지만 서빙로봇을 계약한 이후 한 사람으로 충분해졌다"며 "로봇이 서빙 업무를 전담하고 직원은 손님응대에 집중할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는 "서빙로봇을 공급한 매장 업주와 직원들로부터 '일하기 편해졌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방향을 제대로 잡고 나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며 "서빙로봇은 일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첫 번째 아이템이고 앞으로는 배달로봇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로봇 대중화를 통해 '모두가 일하기 편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내외 배달로봇 딜리가 자율주행으로 배달하고 있다.(우아한형제들 제공) 
실내외 배달로봇 딜리가 자율주행으로 배달하고 있다.(우아한형제들 제공) 


◇"거리에서 만나면 반겨주세요"…자율주행 배달로봇 세상 온다

거리에서도 자율주행 배달로봇과 함께 다니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우아한형제들은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에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를 투입했다. 이 사업은 배민과 △서울시 △강남구 △LX한국국토정보공사 △LG전자 △WTC Seoul 등 6개 기업·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엑스몰을 중심으로 테헤란로 일대에 선보이는 대규모 서비스 로봇 실증 사업이다.

배달로봇 딜리는 바퀴 6개로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시속 4~5㎞로 자율 주행한다. 1회 완충시시 8시간 이상 운용할 수 있고 라이트를 장착해 야간 주행도 가능하다. 최대 30㎏ 무게의 물건들을 적재할 수 있으며 적재함 부피는 25.6L다. 2L 생수병 6개·음료 12잔 정도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다.

배민은 딜리를 실내외를 아우르는 로봇 배달에 투입한다는 목표다. 배달로봇 딜리는 자동문이나 엘리베이터와 연동을 통해 건물 내에서 스스로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할 수 있다.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경기도 수원 광교 앨리웨이에서 4~6대의 배달로봇 딜리를 시범운영(평일 오전11시~오후3시) 중이다. 배민은 △수원 광교 아파트단지 △배민 본사 △인천국제공항 △건국대 서울캠퍼스 등서 실내외 실증을 마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서울 내 다른 아파트 단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럭스리서치에 따르면 7년 후인 2030년 글로벌 자율주행 배달로봇 시장의 규모는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스파이크 강 우아한형제들 로봇틱스LAB 실장은 "수 년 내 무인배달 시장을 개척해 배달·물류 산업의 혁신을 일으키고자 한다"며 "사람이 다니기 힘든 곳을 다닐 수 잇는 배달 로봇이 배달기사와 공존하며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동 자율작업 DH6135 콤바인 시연회 현장(대동 제공) 
대동 자율작업 DH6135 콤바인 시연회 현장(대동 제공) 

◇"무인으로 땅 갈고 수확까지""…미래 농업 짊어진 '농슬라'

"지금부터 A1은 1번 구역 논에 모내기 해주고, A2는 2번 구역에 모내기 해줘, A3도 3번 구역에 모내기 해줘. 마치면 모두 5번 구역에서 대기해."

농업인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접하기 어렵지만 농기계 분야에서도 자율주행과 자율작업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말 한마디로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땅 갈고 수확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 대동의 'HX 트랙터'와 'DH6135 콤바인'은 자율주행 3단계에 해당하는 직선·선회 자율주행 국가시험을 이미 통과했다.

HX 트랙터와 DH6135 콤바인은 위성 항법 시스템과 초정밀 위치 정보 시스템을 활용했다. 정지 상태에서 위치 정밀도는 2㎝ 이내, 작업시 최대 오차범위는 7㎝ 이내다. 국토정보지리원과 국내 통신사의 기준국을 활용하는 듀얼(이중) RTK 시스템을 적용해 24시간 무중단 자율 주행을 제공한다.

국내 농기계 자율주행은 △0단계 원격제어 △1단계 자동조향 △2단계 자율주행 △3단계 자율작업 △4단계 무인 자율작업으로 구분한다. 3단계는 탑승자의 운전과 제어 없이도 농기계가 작업 경로를 추종해 자율작업을 수행하고 4단계는 환경 인식과 AI로 무인 작업까지 가능하다. 대동은 2026년까지 자율주행 4단계 트랙터를 출시하기 위해 농경지 작업 환경 데이터 수집에 돌입했다.

대동 자율작업 HX 트랙터 시연회 현장(대동 제공) 
대동 자율작업 HX 트랙터 시연회 현장(대동 제공) 

대동은 최근 자율작업 트랙터·이앙기·콤바인과 생육드론·대동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연계한 첨단기술 기반 농업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밝혔다. 미래농업 방향은 ‘자율주행·작업’과 '플랫폼'에 방점이 찍혔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핵심 사업은 △정밀농업 △AI 자율주행·작업 △스마트파밍 △커넥티드 등이다.

자율농기계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한 자본시장에선 '농슬라'(농업+테슬라)라는 명칭으로 부르며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종목으로 주목하고 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 노동자들로 빈자리를 채운 농촌의 현주소를 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기술이어서다.

국내 농촌은 고령화와 농촌 인구 감소, 높은 노동 강도, 귀농·귀촌 및 농업법인의 증가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엔 소농 중심에서 법인농·대농·지자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대동에 따르면 지자체가 논농사를 대행한 면적은 2012년 19만6000㏊에서 2020년 23만9000㏊로 22% 증가했다. 영농법인 수와 법인 경작지도 2018년 대비 2020년 각각 12%와 6% 늘었다.

대동은 자율주행으로 작업자를 따라다니고 지정 장소로 화물을 나르는 자율운반 로봇 시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율운반 로봇은 △와이어센서 △비전 센서 △GPS 등을 기반으로 작업자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다닌다. 작업 환경을 판단해 장애물이 있을시 정지하거나 선회한다. 작업자가 복귀 명령을 내리면 지정 위치로 움직인다. 향후엔 자율운반뿐 아니라 자율방제기·자율제초기 등으로 역할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나영중 대동 AI플랫폼사업부문장은 "글로벌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농업이 글로벌 변화에 발맞추려면 '애그리테크'(Agri-Tech·첨단기술과 농업기술 결합)와 '바이오테크'로 전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기반 자율주행·작업 로봇 고도화를 통해 한 사람이 여러 대 트랙터를 운영·관리하는 군집 농업 비전을 달성하고자 한다"며 "더 나아가 무인으로 농사를 짓는 무인 자율작업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고 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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