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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연료' 준비 나선 정유사들…"아직 위험하니 '연합' 전략"

GS칼텍스-포스코인터와 인니 원료 설비…SKTI는 원료업체 공동투자
수익성 불확실한데 법적 규제까지…비용·리스크 줄이려 협력관계 구축 우선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2023-10-20 05:05 송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팜 농장 전경.(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 News1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팜 농장 전경.(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 News1

바이오 연료·화학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정유업계가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진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국내 규제도 있어 기업들은 투자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동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등과 손잡고 바이오 원료 확보에 나섰다.

GS칼텍스는 저탄소 신사업 중 하나로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선정,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 기반 화학 제품 원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연간 10만톤의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고 있는데 앞으로 바이오 항공유·선박유·나프타 및 바이오 기반 화장품 등 화학제품 원료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손을 잡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에서 팜 농장과 원유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 연료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양사는 2600억원을 투자,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연간 생산능력 50만톤의 원료 정제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오는 2025년 2분기부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해당 시설에서 생산하는 원료를 바이오 항공유 및 선박유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바이오 항공유 및 선박유 상용화를 위해 대한항공(003490), HMM(011200)과 시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 사업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096770)도 자체 공급망을 꾸리기보단 투자를 통한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원유 트레이딩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은 지난 17일 KDB산업은행,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와 공동 투자를 통해 폐자원 원료 업체인 대경오앤티 지분 100%를 확보했다.

투자 규모는 4000억원대로 알려졌으며 SKTI는 대경오앤티 투자를 통해 원료를 확보, 바이오 디젤이나 항공유 생산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SKTI는 바이오 원료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과도 손잡았다. 지난해에는 액체연료 합성 기술을 보유한 미국 '인피니움'에, 올해 초에는 중국 폐식용유 공급 업체인 '진샹'에 투자했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합성원유 기반 지속가능항공유 기업인 펄크럼(Fulcrum)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규모는 257억원이다.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GS칼텍스 바이오항공유 실증 운항기념식에서 실증 운항을 위해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가 급유되고 있다. 바이오항공유는 폐식용유, 생활폐기물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탄소배출 절감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화물기로 오는 11월까지 총 6회의 실증 운항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제공) 2023.9.5/뉴스1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GS칼텍스 바이오항공유 실증 운항기념식에서 실증 운항을 위해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가 급유되고 있다. 바이오항공유는 폐식용유, 생활폐기물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탄소배출 절감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화물기로 오는 11월까지 총 6회의 실증 운항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제공) 2023.9.5/뉴스1

친환경 연료 시대를 준비하는 정유업계가 직접 바이오 연료 공급망을 구축하지 않고 연합 전략을 쓰는 것은 아직까진 바이오 연료 시장 진출에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바이오 연료 수요는 약 1600억리터(L)로 오는 2027년에는 약 1900억리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각국의 바이오 연료 정책이 강화할 경우 2027년 바이오 연료 수요가 지난해 대비 50% 급증한 2400억리터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오 연료 시장이 완벽하게 개화한 건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 중 액체 바이오 연료 비중은 1% 미만이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수익성을 파악하기 힘들어 기업이 과감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특히 국내에는 바이오 항공유 등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에 대한 규제도 존재해 법 개정 없이는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상 SAF는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들은 바이오 원료부터 연료 생산에 이르는 공급망 수직계열화에 나서기보다 공동 투자나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단 원료 공급망과 기술력만 갖춰놓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GS칼텍스가 최근 LG화학(051910)과 친환경 플라스틱 원료인 '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3HP, 3-Hydroxypropionic acid) 시제품 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3HP는 식물성 원료 기반의 플라스틱 원료로, LG화학은 3HP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TI를 통해 바이오 원료 확보에 주력하고 국내 바이오 연료 정제 시설은 추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바이오 연료 사업을 위해서는 공급망 수직계열화가 필요하지만 현재 수익성 전망이나 국내 규제를 고려하면 리스크가 크다"며 "기존 정유 사업과 병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과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시장도 성장한다면 기업들도 수직계열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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