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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암으로 떠난 아빠…다섯 살 딸에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AI설명서]①"아빠 목소리 모르고 살 뻔 했는데" 30분의 '기적'
폴란드 음료 회사는 CEO에 AI 고용…"인간 대체 시작점될 것"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김형준 기자 | 2023-09-29 07:30 송고
편집자주 2016년 인간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열릴 때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구경거리'에 불과했던 인공지능. 그로부터 7년 후 챗GPT가 등장하면서 판은 완전히 바뀌었다. 누구나 인공지능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빠르게 특이점으로 다가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기술에는 '부작용'이 뒤따르는 법. 벌써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스1>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AI의 순기능과 부작용, 논란거리까지 다양한 각도로 인공지능을 조명해 봤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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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를 잊어버린 건 아닐지 걱정이네.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볼 때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하늘에서 다시 만나는 날 마중 나갈게. 그리고 꽉 끌어안고 수고했다고 말해줄 거야. 사랑해"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성 파일을 재생하자 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상에 남겨진 아내, 그리고 갓 다섯 살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씩씩하게 말을 이어가던 오씨의 목소리도 잠기기 시작했다.

오 씨는 "처음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선 한참을 울었다"며 "딸아이가 너무 어려 아버지의 목소리도 못 들었는데, 가족에게 정말 소중한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그녀의 남편 이 모 씨는 5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간이 한참 지난 만큼, 남편의 부재에 따른 상처가 회복된 줄 알았다. 하지만 음성 편지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음성 편지의 정체는 인공지능(AI) 음성기술 스타트업 '자이냅스'가 만들어 낸 '딥보이스(Deep Voice)'. AI가 특정인의 목소리를 학습(딥러닝)해 복제하는 기술로, '생성 AI'의 일종이다. 30분 분량의 목소리 파일만 있다면, 자유자재로 딥보이스를 생성할 수 있다. 오 씨의 지인이 깜짝 선물을 하기 위해 한 달 전 고인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파일을 업체에 보냈다고 한다.

요즘도 틈이 날 때마다 편지를 듣는 오 씨. 딸에게도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주기 위해 고인의 목소리로 녹음된 성경을 들려준다고 한다. 그는 "인공지능이 이렇게 발전할 줄 누가 상상했겠나"라며 "비록 진짜 남편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챗GPT를 필두로 생성AI가 알파고 이후 두 번째 '인공지능 붐'을 이끌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의료부터 시작해 인간이 전유해 오던 '예술' 분야까지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성을 뽐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생성AI의 출현을 기점으로 점차 인간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챗GPT가 불러 일으킨 생성AI 열풍…데이터만 있다면 '가상 인간'도 만든다

생성AI란 말그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텍스트나 오디오, 이미지 등 특정 데이터를 AI에 교육시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예컨대 '나는 지금 무척 배가 고프다'라는 데이터를 입력하면, 생성AI는 데이터의 문맥을 파악해 '그래서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는 결괏값을 내어준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을 치렀던 알파고도 데이터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생성AI와 원리는 비슷하나,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생성AI의 대표적인 사례가 챗GPT다. 대화형AI의 일종으로 인터넷 상에 공개된 데이터를 사실상 모두 학습한 만큼, 모르는 게 없는 '척척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올해 1월엔 비록 최하점이지만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로스쿨 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챗GPT외에도 생성AI 활용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자이냅스처럼 딥보이스 업체들은 이미 B2B(기업 대 기업)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권도 대출 심사나 상품 추천 등에 생성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의료계에선 생성AI로 단백질 서열을 재구성하는 식으로 신약을 개발하거나 질병 유발 DNA를 찾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딥페이크 전문 AI 업체 '빔스튜디오'가 제작한 故박윤배 배우. 의사소통도 가능하다.(빔스튜디오 제공)
딥페이크 전문 AI 업체 '빔스튜디오'가 제작한 故박윤배 배우. 의사소통도 가능하다.(빔스튜디오 제공)

최근에는 오 씨처럼 세상을 떠난 이를 추모하는 데에도 생성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이미지 합성 기술) 전문 기업 빔스튜디오는 올 1월 전원일기 '응삼이'로 유명한 故박윤배 배우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딥페이크가 특정인에 대한 이미지만 보여줬다면 빔스튜디오는 '비엠리얼 솔루션'이라는 자체 기술로 박 배우와 말로써 소통까지 가능케 했다. 사실상 '가상 인간'을 만든 것이다.

현재 일부 장례 업체에서도 딥페이크 기술로 고인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은 300여만원으로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정영범 빔스튜디오 대표는 "일반 사람들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고인을 만날 수 있도록 상용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예술 분야에도 도전장 낸 AI…인공지능 '사장님'도 등장

인간이 전유해 왔던 '문화 콘텐츠'에도 생성AI가 도전장을 냈다. 미국의 노벨AI는 '웃는 모습', '검은색 머리' 등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준다. AI 노벨리스트는 소설을 써주는 '인공지능 집필자'다.

생성AI를 활용한 가상의 아이돌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AI기업 업스테이지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가상의 아이돌 가수 '메이브'와 대화할 수 있는 페르소나AI를 만들고 있다. 메이브 멤버의 MBTI 등 성격과 관련된 데이터를 학습시켜, 팬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생성AI 출현을 기점으로 머잖아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월마트의 경우 공급업체와의 구매 협상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으며, 폴란드의 음료회사 딕타도르는 생성AI로 만들어진 로봇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의 최병호 교수는 "패턴(경향)이 있는 업무에 대해선 데이터와 가이드라인만 있다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판이나 정치 행위에서도 주체는 될 수 없지만, 보조적인 역할까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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