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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제한은 역차별" 4050 차주 반발…막차수요 빗발[50년 주담대 논란]③

차주들 "대부분 만기 전에 대출 갚아, 2030영끌·연체율 더 심각"
당국 규제 예고에 차주들 조바심 커져, 막차 대출 문의 '빗발'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3-08-22 06:39 송고
서울에 위치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모습.©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에 위치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모습.©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를 이유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연령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장년층 차주를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은 차주가 상환기간이 긴 초장기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출차주들은 당초 50년 주담대 도입 취지가 고금리 시기에 원리금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고, 주담대를 수십년간 상환하는 차주도 드문 만큼 연령제한을 두는 것은 젊은 층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 50년 주담대, 고금리시기 원리금 부담 낮추기 위한 '당국 아이디어'로 나왔는데…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50년 주담대 연령제한 가능성을 언급한 뒤, 은행 창구와 대출 관련 커뮤니티엔 50년 주담대 신청 및 규제에 대한 문의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50년 주담대를 꼽고, 은행별 대출 현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조2811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당국은 50년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상품 가입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50년 초장기 주담대는 당초 금융당국이 금리인상기에 취약차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다. 먼저 청년·신혼부부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에 도입됐고, 이어 시중은행들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지난해 초 40년 주담대를, 지난달부터 50년 주담대(수협은행은 올해 초)를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대출만기가 길어지면 매달 은행에 갚는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5억원을 40년 만기, 연 4.4% 금리, 원리금균등분할 조건으로 빌렸을 경우 월 원리금은 약 222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출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원리금은 206만원으로 16만원 줄어든다. 30년만기(월상환액 250만원)와 비교하면 원리금 부담은 44만원 줄어들게 된다.

원리금이 줄어들면 DSR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연 4.4% 금리)로 주담대를 이용할 경우 DSR 40% 적용 시 최대 3억33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SR은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권의 경우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한도는 4억300만원으로 7000만원 더 늘어나게 된다.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안은나 기자

50년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금융당국은 50년 주담대 수요제한 방안 중 하나로 연령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젊은 층에 비해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중장년층이 상환기간이 긴 초장기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4050 차주들 "대부분 만기 전 대출 갚아, 연령제한은 젊은층만 혜택주는 역차별" 

그러나 40~50대 중장년 차주들을 중심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초장기 주담대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주담대는 대부분 만기 전에 상환하거나 갈아타지, 수십년간 상환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령제한으로 젊은 층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세대갈등을 조장하는 역차별이다", "기존 30~35년 장기 주담대도 연령제한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최근엔 50년 주담대의 규제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선제적으로 대출을 차단하려는 상황이 발생하자, 차주들의 조바심이 커지면서 대출 막차 문의가 더 늘어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 차주의 평균 상환기간은 7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출을 만기까지 이용하지 않고 그 전에 갚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이와 만기를 연관 지어 젊은 층만 이용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초장기 주담대를 처음 도입할 당시 월상환액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이지, 80세 이상까지 갚으라는 취지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국감정원의 연령별 아파트 매입현황을 보면 30대 이하 매입비중이 올해 5월 38.24%, 지난해엔 42.3%까지 치솟아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세는 5060세대가 아닌 2030세대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대 이하의 주담대 연체율은 올해 2분기 역대 최고인 0.44%까지 올랐다. 40~60대 연체율(0.20~0.21%)의 2배가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근속기간을 보면 젊은층이 만기까지 소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며 "50년 주담대의 DSR 우회를 차단하려면, 연령제한이 아닌 DSR 산정주기를 조절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50년 주담대의 실제 만기는 50년 그대로 두고 DSR 규제 적용 시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낮추면, DSR 우회를 차단하면서 원리금 부담은 낮추는 만기 연장의 순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50년 주담대 연령제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제기되자 금융당국도 아직 정해진 방안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필요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제도개선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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