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상태와 마취(수면) 상태 PV뉴런 활성에 의한 혈관 반응 기전 모식도.(기초연 제공)/뉴스1

잠자는 동안 뇌는 완전하게 쉬지 않는다. 놀랍게도 깨어있을 때보다 뇌혈류가 더 증가하고 이는 뇌의 노폐물을 제거해 치매 방지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면 중에 오히려 뇌혈류가 증가하는 정확한 원리는 규명되지 않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김성기 단장 연구팀이 광유전학 자극을 이용해 살아있는 쥐에서 억제성 뉴런 중 하나인 ‘PV 뉴런(Parvalbumin neuron)’이 혈류 증가를 일으키는 원인임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이는 수면 중에 발생하는 뇌혈류 증가의 기저 메커니즘임을 제시한 것이다.

PV 뉴런은 다른 억제성 뉴런들과 다르게 직접적으로 혈류를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혈류 조절에 관한 PV 뉴런의 역할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연구팀은 유전학적 기법으로 빛을 감지해 세포활성을 증가시키는 단백질을 PV 뉴런에 발현시켰다.이어 빛으로 세포를 제어하는 동시에 광학이미징 기술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광 자극에 따른 뇌혈류 변화를 관찰했다.

또 뇌의 각성 상태에 따른 PV 뉴런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수면 상태와 비슷한 상태를 유도하는 마취제인 ‘케타민 자일라진(Ketamine xylazine)’을 사용해 쥐가 수면 중인 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뇌혈류 변화를 비교했다.

연구팀의 관찰 결과 마취 상태에서 광 자극이 가해져 PV 뉴런이 활성화된 동안에는 뇌혈류가 감소했으나 자극이 끝난 후에는 오히려 매우 느린 속도의 혈류 증가가 일어났다. 반면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광 자극이 끝난 후에도 PV 뉴런이 오로지 혈류 감소만을 일으켰다.

이로써 연구팀은 PV 뉴런이 뇌의 각성 상태에 따라 상반된 두 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 연구팀은 PV 뉴런이 마취상태에서 매우 느린 속도의 혈류 증가를 일으키는 기전을 밝혀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수면 상태와 유사한 마취 상태에서 PV 뉴런의 혈류 조절 기전을 규명했고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수면 중 뇌혈류 증가에 PV 신경 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왼쪽부터 김성기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장(교신저자), Thanh Tan Vo 박사과정 연구원(제1저자), 임근호 기술연구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기초연 제공)/뉴스1

김성기 단장은 “지금까지 뇌혈류 조절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PV 뉴런과 신경 펩타이드의 역할을 밝힘으로써 뇌신경혈류 관련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며 "수면 장애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서민아 성균관대 교수(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팀, 패트릭 드루(Patrick Drew)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에 26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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