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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도 뚫린 도청…마음먹으면 형광등 떨림으로 엿듣는다

통화 진동에서 음성추출, 신호탈취 등 최첨단 도청기술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3-04-10 12:08 송고 | 2023-04-10 15:02 최종수정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DB) 2023.3.6/뉴스1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DB) 2023.3.6/뉴스1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을 도청했다는 기밀문서가 유출됐다. 벽의 진동을 감지해 음성을 추출하는 방식을 넘어 전구 떨림을 분석해 도청하는 일까지 가능해 이보다 더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CIA 도청 기술을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CIA의 유출 문건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 내용이 포함됐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감청은 도청기를 심어놓는 전통적인 방법 외에도 진동 분석과 통신 신호 탈취, 사이버 공격 등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소리의 본질이 공기의 진동인 만큼, 도청을 목적으로 진동을 측정해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도 여럿 개발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레이저 도청'이다. 대화로 발생한 공기의 진동이 창문이나 벽에 전달되어 나타나는 진동을 이용한다. 먼 거리에서 레이저를 사용해 창문이나 벽의 진동을 측정해 분석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20세기에 개발돼 유리창 진동을 줄이는 '도청 방지 필름'이나 가짜 진동을 만들어 교란하는 노이즈 발생기 등 다양한 대처법이 개발됐다.

벽의 진동을 줄이는 특수 시공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진동을 활용해 소리를 추출하는 연구도 여럿 이뤄졌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전구의 진동에서 소리를 추출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또 지난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스마트폰 통화 시 발생하는 진동을 원거리에서 측정해 음성을 재현하는 기술을 전기 전자 기술자 협회(IEEE) 보안 심포지엄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신호 탈취는 통화부터 데이터 통신까지 유선 통신망의 신호를 탈취하거나, 무선 신호를 탈취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암호화나 주파수 변조 등의 다양한 대응법이 실현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은 악성 코드, 백도어 등을 이용해 데이터나 접근 권한을 얻는 방법이 대표적이지만, 주변의 전자기기를 해킹해 도청 장치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피커의 경우, 마이크와 구조가 유사해 소리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녹음하는 용도로 변환이 쉽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기술연구 센터의 2013년 논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스피커를 도청장치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인지가 적다는 점과 기존의 도청장치 탐지 장비로 쉽게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은 도청도구로서 스피커를 더욱 위협적이게 한다"며 "악의를 갖는 공격자나 해커에 의해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IEEE에서는 미국과 중국 공동 연구진이 하드디스크 부품의 진동을 활용해 하드디스크를 마이크처럼 활용할 가능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움직임에 따른 와이파이 신호의 변화를 분석해 신체 부착 센서 없이 행동을 분석하는 등, 도청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도청에 관련해 학계에서는 다양한 연구가 공개되고 있지만,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CIA에는 비공개로 활용되고 있는 도청 및 신호 부석 기술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고위 인사가 외국 순방 중 보안 문서 열람, 회의 등 보안이 필요한 활동을 할 때는 도청 방지 장치가 설치된 특수 천막을 활용하기도 한다.

정보통신기술 업계 관계자는 "도청과 도청 보안은 뚫으려는 창과 막으려는 방패와 같다"며 "창이 나와면 방패로 방어하는 식이어서 도청을 100% 차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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