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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정신병동 나가고 싶다" 살인으로 탈출 꿈꾼 30대

살인 당시 이미 폭행 전과 3범...항소심 3년 감형된 징역 22년 선고
'정신적 형사미성년 주장' 법원 받아들이지 않아, 심신미약은 인정

(울산=뉴스1) 임수정 기자 | 2023-04-09 10:02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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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에 있는 한 정신병원 폐쇄병동.

이곳에 조현병을 앓는 A씨(33·남)가 있었다. 수개월째 입원 중이던 A씨는 다른 환자들과 자주 말다툼을 벌이며 불편한 병동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외출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갑함은 커져만 갔다.
A씨는 병원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마음 속으로 "범행을 저지르면 병원을 나갈 수 있다"고 여러번 되뇌었다. 이런 기괴한 망상은 A씨에겐 그럴듯한 범행 계획처럼 느껴졌다.

2022년 1월 18일 밤. 불이 꺼진 병동에서 A씨는 눈을 떴다. 범행 계획을 직접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평소 자기 말을 잘 듣지 않았던 환자 B씨(32)를 죽이기로 했다. 자기 말을 잘 따르는 환자 C씨(34)에게 살인을 도와달라고 미리 이야기도 해뒀다.

A씨는 B씨의 목을 졸랐고, C씨는 B씨의 다리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범행을 저질러서 병원을 나가자"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다고 생각했을까.

이번 사건 이전에 A씨는 이미 폭력 범죄로 세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5년을, 범행에 가담한 C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자 A씨 변호인 측은 '심신미약'과 '법리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을뿐 아니라 '형사미성년자'였기에 채임이 없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주장이었다.

A씨는 지적장애 3급으로 정신연령이 10세 정도에 불과해 정신연령을 기준으로 하면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측의 형사미성년자라는 주장은 기각했다. 하지만 1심이 배척한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였다. 1심보다 3년 감형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치료를 담당한 전문의는 A씨에 대해 조현병과 심각한 행동 장애가 있는 정신지체로 진단했다"며 "범행 직전까지 일반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한 점, 증상이 호전됐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심신미약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한 "피해자는 이 범행으로 허망하게 생을 마감했고 유가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중형 선고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정신지체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점, 범죄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에 가담한 C씨와 검찰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revisi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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