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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솔솔'…거친 금융시장에 안전판 기대

尹 방일 계기 양국 "금융·외환 분야서도 머리 맞댈 것"
복원 땐 8년 만의 부활…긴급하진 않아도 이점 무시 못해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3-03-20 14:45 송고 | 2023-03-20 16:21 최종수정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시다 유코 여사가 16일 도쿄 긴자 요시자와 식당에서 열린 친교 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16/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시다 유코 여사가 16일 도쿄 긴자 요시자와 식당에서 열린 친교 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16/뉴스1

한일 정상이 금융·외환 부문의 협력 증진을 언급하면서 8년 동안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금은 미국의 빠른 통화 긴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시기다. 과거보단 통화스와프 체결의 이점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 안보와 첨단 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타국 중앙은행끼리 일정 기간 유사 시 자국 통화를 서로에게 빌려주기로 하는 계약을 뜻한다.

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환 조달을 용이하게 하면서 시장 내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역할을 한다. 급격한 외환 변동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 격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에 20억달러 규모로 체결돼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 2011년 말엔 잔액이 700억달러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간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통화스와프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은 경제적인 타산보다는 정치에 가까웠다.

급기야 일본 측은 통화스와프를 연장해 줄 순 있지만 한국이 먼저 요청하는 수순을 밟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꼬리를 내리면 협정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결국 2015년 2월 1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이 만기를 맞으면서 한일 통화스와프는 종료됐다. 지난 2016년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등으로 일본에 재연장을 요청했으나 일본 측이 거절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양국 간 정치 문제가 풀려야만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비쳐 왔다.

역으로 말하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상회담 이후 양측 외환 당국 간 통화스와프에 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당분간 공식 루트보다는 물밑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료사진) 2023.3.6/뉴스1
(자료사진) 2023.3.6/뉴스1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 안정 상황은 통화스와프가 절실하다고 볼 수 없다.

지난 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4252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현재 환율로 약 558조원에 육박한다. 세계적으로는 지난 1월 말 기준 세계 9위의 외환 보유국이다.

이에 우리 당국은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긴급한 사안으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일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관계 회복 논의를 이어가면서 통상·무역 회복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3년 반 만에 해제했다. 양국은 향후 상호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원상 회복에 관한 협의에도 돌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일 통화스와프가 체결됐을 때 금융·외환시장에 주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엔화는 이미 국제화가 이뤄진 기축통화로 평가된다. 최근 미국의 가파른 통화 긴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와중에 안정적인 엔화 확보는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 내 일본계 자금의 이탈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일본계 자금이 가장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맞았던 경험이 있기에 한일 통화스와프 복원은 혹시 모를 위기 조짐에 대한 안전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문제가 없었던 경상수지도 최근 우리나라는 삐걱대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마이너스(-) 45억2000만달러로 1980년 통계 편제 후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연간으로는 경상수지가 200억달러대 흑자를 쓸 것이라면서 경제 심리 달래기에 나섰지만, 올 상반기에만 총 44억달러 규모 적자가 전망되는 등 당분간 월별 경상수지 흐름의 불안이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가 대외 거래로 올린 수익을 뜻하는데, 이것이 적자를 쓴다는 것은 국내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가 된다. 외환 수급이 막히는 셈이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 상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외환시장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국제금융센터는 "우리나라 대외 건전성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여전히 양호한 편이나 수출 부진 등으로 경상수지 회복이 지연될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 문제가 다시 대두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 원화는 결제 비율이 매우 낮고 무역 의존도도 높은 만큼 언제든지 다시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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