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하루 연차도 못가는데 제주 한 달 살이?…직장인 30% "휴가 눈치보여"

직장갑질119 "연차휴가 관리감독부터 해야"
한 달 휴가 가려면 하루 12시간씩 30일 일해야…"사람 죽어"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3-03-12 12:00 송고
© News1 DB
© News1 DB

#연차 쓰는 것에 대해 상사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합니다. 제가 연차를 다 써서 업무가 딜레이 생긴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업무가 없어서, 업무 지장이 없어서 연차 사용 안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죄책감을 줍니다. 제가 연차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하니 "어느 직장에서 연차를 다 쓰냐"며 제가 하는 업무 하나하나에 대해 문제제기와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에 대해 연차도 제대로 못쓰는 현실에 눈감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12일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가 제도 사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3명은 법정 유급휴가도 자유롭게 못쓰고 있다"며 "정부 개편안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법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할 때 몰아서 노동자를 쓸 수 있는 '과로사 조장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휴가를 모아 제주 한 달 살이를 가라고 하는데, 한 달 휴가가 가능하려면 22일치 근로시간인 176시간분의 연장근로 수당을 적립해야 하고, 연장근로 1.5배 가산을 하면 최소 117시간의 연장근로를 해야한다"며 "117시간 연장근로를 하려면 하루 12시간씩 30일이나 일해야 하는데, 이러면 사람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근로자휴가조사에서 연차 소진율은 71.6%에 불과했고, 지난해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휴가 관련 제보 229건 중에도 연차휴가 제한이 96건(41.9%)으로 가장 많았다며 "하루 휴가 가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한 달 장기휴가를 어떻게 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한 사례자는 "휴무일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가족 일이라서 쉬려고 하면 '네가 굳이 가야하냐, 큰일도 아니지 않냐'라며 본인들이 평가를 내린다"며 "회사는 쉴 때는 맘껏 쉬고, 연차도 별일없으면 쓰고 출퇴근도 자유롭게 하라며 자율 출근제를 도입했지만 저는 바쁠 때만 일하고 다시 다른 지점으로 발령나야만 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야근갑질 특별위원장(노무사)은 "정부안은 2004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상한제를 넘어 그보다 더 이전인 20년 전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개악시키는 내용"이라며 "현재 경제인총연합회 등 사용자단체만이 쌍수를 들어 정부안에 환영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방증되듯, 명백하게 사용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대한민국에서는 주 40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이고 업무량 폭증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사자 간 합의 하에 주 12시간을 더할 수 있는데, 정부안의 모든 내용은 법정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이라 전제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과로사 조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법정 연차휴가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도록 관리감독부터 제대로 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Kris@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