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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 '마라도 길냥이' 구조 시작…길고양이 40마리 구조 예정

기상악화에 포획 난항
3일 제주도 도착 예정…주민들 "고양이 안전이 최우선"

(서귀포=뉴스1) 오현지 기자 | 2023-03-01 15:33 송고 | 2023-03-01 23:08 최종수정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반출 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한 고양이가 포획틀에 갇혀 있다. 2023.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반출 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한 고양이가 포획틀에 갇혀 있다. 2023.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공격하는 주용의자로 지목된 국토 최남단 고양이들이 고향 마라도를 떠날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동물보호단체는 1일 오전부터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에서 본격적인 고양이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구조는 전국단체인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과 제주지역 단체인 '혼디도랑'이 맡았다.

구조단체 측은 마라도에서 포획할 고양이를 약 40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오홍식 제주대학교 교수팀이 모니터링한 마라도 고양이 개체수는 60~70마리다.

단체는 이 중 중성화 전이거나 사람 손을 덜 타 야생성이 남아있는 고양이들을 중심으로 포획에 나설 방침이다. 주민들이 입양 의사를 밝혔거나 새를 잡아먹지 않을 만큼 야생성이 현저히 떨어진 고양이들은 섬에 남는다.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반출 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한 고양이가 포획틀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2023.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반출 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한 고양이가 포획틀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2023.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고양이들이 주로 다니는 길목에 포획틀이 설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자 먹이 냄새를 맡은 고양이들이 틀 인근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앞서 제주도는 원활한 구조를 위해 이틀여 전부터 주민들에게 고양이 사료 배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30분 넘게 경계심을 풀지 않던 고양이 한마리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했는지 조심스럽게 포획틀 안으로 들어섰다.

고양이 구조에는 두가지 종류의 포획틀이 사용된다. 평소 사람과 친숙한 고양이들은 먹이를 넣은 자동 포획틀에 쉽게 들어가거나 손으로도 구조가 가능하다. 반면 경계심이 강한 고양이의 경우 구조자 2명이 투입되는 수동 포획틀로 구조해야 한다.

다만 이날 마라도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칠게 불면서 포획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은지 ㈔제주동물권행동NOW 팀장은 "고양이들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밖에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2021년에 중성화 사업을 위해 마라도에 들어왔었는데 그때도 바람이 불어서 포획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들의 경우 인적이 드문 저녁에야 활동을 시작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구조 작업은 이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또 2일 제주 전 해상에서 물결이 최고 4.0m 높이로 매우 높게 일면서 마라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전편 결항이 예상돼 최종적인 반출은 오는 3일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반출 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포획틀에 먹이를 넣고 있다. 2023.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반출 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포획틀에 먹이를 넣고 있다. 2023.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황미숙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대표는 "마라도라는 섬 자체가 천연보호구역이고, 모든 생명이 다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뿔쇠오리도, 고양이도 중요하다"며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동물보호단체들이 구조에 참여한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골칫덩이인 쥐를 쫓기 위해 고양이를 들여와 오랜 시간을 가족처럼 지냈던 주민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주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고양이의 안전을 당부하고 나섰다.

김춘구 마라도 이장은 "주민들은 희귀 조류를 보호한다는 점에 모두 동참을 했고, 고양이들은 유산본부 측에서 끝까지 관리해준다고 하니 믿고 보낸다"며 "갇혀지내는 게 아니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주고, 끝까지 모니터링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반출된 고양이들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한 후 건강상태가 양호할 경우 세계유산본부가 제주시 조천읍에 마련한 120평 규모의 시설에서 보호 관리할 계획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고양이는 계속 치료를 받는다.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제주도와 협력해 고양이들을 관리하고 보호할 예정이다.

앞서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동물보호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뿔쇠오리가 고양이 먹잇감으로 위협받자 마라도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합의했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5000~6000마리에 불과할 만큼 희귀한 철새다. 뿔쇠오리는 번식기간인 2월 하순부터 5월 초까지 마라도에 서식한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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