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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오일뱅크에 1509억 과징금 환경부, 금액 낮춘다

기업 부담·향후 소송비용 등 고려…대통령실 입김 작용 의혹도
檢 수사 결과 안 나온 시점서 설왕설래…환경단체 "기업 봐주기"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23-02-22 05:30 송고 | 2023-02-22 11:10 최종수정
충남 서산시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 제공)
충남 서산시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 제공)
 
1급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폐수를 2년간 무단 배출한 혐의로 현대오일뱅크에 1509억원의 과징금을 예고했던 환경부가 과징금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부담이 크다는 일부 지적과 과징금액 적절성을 놓고 향후 전개될 소송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선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현시점에 최근 환경부 고위 당국자가 과징금 문제로 대통령실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윗선 개입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폐수 무단배출 혐의로 현대오일뱅크에 15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예비 통보를 뒤엎고, 검찰 수사 결과와 이해당사자 협의 등을 토대로 재검토한 후 과징금을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자진신고 내용을 근거로 지난해 말 절차대로 과징금 1509억원을 산정해 사전 통보했지만,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자진신고 내용이 맞는지 확인한 후 과징금을 다시 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과징금은 예비 통보한 산정액보다 낮추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환경부 안팎에선 예비 통보액 1509억원의 절반 수준인 700억원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애초 환경부는 2695억원의 과징금을 산정했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자진 신고하면서 제출한 감면신청 등을 참작해 44%를 깎았는데 당시 현대오일뱅크 측이 원하는 감면율은 70~80% 수준이었다는 게 그 근거다.

환경부가 예비 통보한 과징금 1509억원의 산출 근거는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대한 법률'(환경범죄단속법)의 페놀 등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규정에 있다. 이 법은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때 '매출액의 5%를 초과하지 않는 금액과 오염물질의 제거 및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더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연결 기준)이 35조원이니 과징금 부과 규정에 따라 많게는 1조7000억원(매출의 5%), 적게는 3500억원가량(매출의 1%)을 부과할 수 있지만, 오일뱅크 측의 자진신고 등을 고려해 크게 낮춘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애초에 2690억원가량의 과징금을 산정한 자체가 낮게 잡은 것이었고 (현대오일뱅크 측에서 제출한) 감면 신청을 참작해서 44%를 감면했다"며 "법에서 허용하는 최소한의 비용을 산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막바지에 이른 검찰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 중이다. 환경범죄를 전문적으로 하는 의정부지검이 단순히 현대오일뱅크 측에서 제출한 자진 신고 내용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압수수색은 물론 추가 수사를 통해 폐수 무단 배출 과정에서 여러 불법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환경부가 검찰 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과징금 추가 감면 움직임이 일자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00억원대 과징금에 불만을 품고 펼치는 오일뱅크 측의 전방위적 로비도 있겠지만, 일부에선 윗선 개입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윗선으로는 대통령실이 지목된다. 환경부 당국자는 대통령실 접촉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중요 사안은 대통령실과 당연히 협의한다. 주요 국정정책을 용산(대통령실)과 협의 없이 어떻게 진행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는 "과징금 '감면'을 협의한 사실이 없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확인된 사실 등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 넘게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나오는 하루 950톤의 폐수를 인근에 있는 자회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보냈고, 현대OCI는 이를 공업용수로 썼다.

환경부는 이 폐수가 오일뱅크에서 다른 자회사로, 즉 외부로 배출됐으며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지만 폐수처리장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자진 신고 자체가 불법을 인정한 셈"이라며 "1500억원이 크게 보이겠으나 2년 넘도록 방대한 양의 폐수를 무단 배출한 비양심과 이로 인한 환경오염, 정화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절대 크지 않은 액수이며, 오히려 기업 봐주기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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