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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남편, 경찰 와도 모니터만…결국 임신한 아이 지웠다"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23-02-08 14:19 송고 | 2023-02-09 11:08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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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게임에 중독된 남편 때문에 임신 11주차에 아이를 지웠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게임 때문에 결국 아이 지우고 왔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임신 11주차인데 결국 아이를 지웠다. 남편과 이혼 얘기도 마무리하는 데 정말 너무 지친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이 컴퓨터로 하는 유명 RPG 게임을 시작하면서 결혼 생활에서 문제가 생겼다.

1시간이면 게임 끝난다는 남편 말에 밥을 차려놨지만, "팀원이 미숙해서 늦게 끝났다"며 2시간 이후에나 밥을 먹으러 왔다. 또 '멤버가 잘 맞아서', '단체로 하는 거라 중간에 끝낼 수 없어서' 등 각종 이유를 들며 게임을 시작하면 수 시간 동안 했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 부모님이 입원했다는 소리에도 남편은 "게임 끝내고 가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A씨는 "수요일은 퀘스트 초기화되는 날이라고 무조건 게임해야 한다는 남편 때문에 시댁, 친정 가리지 않고 행사나 모임에 하나도 참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남편이 헤드셋을 끼고 팀원들과 대화하며 게임을 하는 탓에 방 밖에서 급한 일이 생겨도 듣지 못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요리하다가 유리 냄비가 가스레인지 위에서 '퍽' 소리 나며 갈라져 유리 파편 튀고 제 손이랑 발등에 상처 났는데도 나와보기는커녕 무슨 일인지 듣지도 못하고 게임하더라"라며 "혼자 유리 박힌 거 빼고 치우고 지혈하는데 정말 꼭지가 돈다는 말이 뭔지 실감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당장 게임 지우라고, 컴퓨터 박살 내겠다고, 지금 게임 안 지우면 이혼한다고 난리 친 뒤에야 남편은 싹싹 빌며 게임을 멈췄다"면서 "게임을 그만두니 다시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고, 임신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편의 게임 중독은 다시금 불거졌다. 남편은 "아이템에 들어간 돈이 많다. 처분하면 몇십만원 나오니까 잠깐 그것만 하겠다"며 게임을 설치했다가 다시 게임에 빠졌다.

이에 A씨는 "이혼하겠다, 아이 지우겠다고 화도 냈지만 이젠 아이가 있어서 이혼 못할 거로 생각한 건지 말도 잘 안 듣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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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아랫집에서 층간소음으로 A씨 집을 찾아와 항의했다고. 그는 "아랫집 남편까지 올라와서 소리 지르고 싸움이 커졌다. 아랫집 남편이 저를 때리려는 행동까지 해서 경찰 부르고 사건 무마될 때까지 남편은 게임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일 겪으니 정말 남편이 짐승으로 보여서 '아이 지운다' 통보하고 진짜로 아이를 지우고 친정에서 지내는 중인데, 매일 가슴이 무너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동시에 "남편과 이혼 얘기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남편 목소리, 얼굴 다 보기 싫어서 피하고만 있다"며 "사과도 듣기 싫고, 울며 비는 모습도 싫고 그냥 사람 자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경찰이 와서 상황 중재하고 남편 게임하던 방문 열었을 때 나를 쳐다도 안 보고 모니터만 보던 그 모습. '경찰 왔다 갔어. 나 맞을 뻔했어'라고 말했지만 헤드셋 때문에 내 말을 듣지도 못하던 그 모습. 잊고 싶어도 그 순간들이 자꾸 떠올라 숨이 안 쉬어지고 자다가도 그 모습이 떠오르면 심장이 쿵쾅거리며 벌떡 일어나게 된다. 정말 너무 힘들고 마음이 지친다"고 덧붙였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믿을 수 없다"며 조작을 의심하면서도 게임에 중독된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는 사례를 떠올리며 여성을 위로했다.

이들은 "게임 중독은 도박 중독 수준이다. 게임에 미치면 살인도 한다", "아랫집에서 올라온 것도 남편이 헤드셋 끼고 게임하면서 은근히 발 구르거나 퍽퍽 치는 층간소음 때문일 것", "팀원들이랑 소통까지 하는 거면 그 안에 작은 사회가 형성돼서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쉽지 않다", "뭐가 됐든 중독되면 답이 없다" 등 공분했다.

특히 A씨 남편이 했던 게임을 해 본 유저들은 "나도 전 남자친구 때 겪어봤는데 외출 준비, 예약 시간 등 그 게임 때문에 취소하기도 했다", "게임하는 거로 뭐라 안 하는데 그 게임은 새벽부터 오후까지 하는 거 보고 금지 시켰다. 혼자 하는 게임이나 언제든지 종료 가능한 게임은 용납되지만 몇 시간씩 손도 못 떼는 그 게임은 진짜 유부남이 할 게 아니다", "내 남편도 퇴근해서 방문 닫고 저 게임한다. 밥 차려놔도 절대 제때 안 나온다" 등 공감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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