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사건의 재구성] 손님들 앞에서 옛 연인 잔혹 살해 60대…집착의 비극

결별한 뒤에도 지속 찾아가 행패, 범행후 극단선택 시도했다가 현장으로 가 잡혀
1‧2심 법원 “잔혹하고 반사회적인 범행, 재범 위험성 높아” 징역 28년 선고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2023-02-08 06:07 송고
© News1 DB
© News1 DB

“왜 자꾸 거절해, 우리 다시 만나자”

20년 간 별거 생활을 하다 한 주점에서 알게 된 새로운 여성에 대한 한 남성의 과도한 집착이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마감됐다.

전처와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약 20년 전부터 별거하며 혼자 지내왔던 A씨(61)는 2021년 4월 B씨(60‧여)가 운영하는 한 주점에 방문, B씨를 처음 알게 됐다.

이 무렵부터 이들은 교제를 시작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은 10개월 만인 2022년 2월에 결별했다. 그러나 결별 이후에도 A씨는 주점을 찾아가 B씨에게 다시 교제할 것을 강요했다.

교제를 강요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주점에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보여주는가 하면 협박은 물론 폭행까지, 온갖 방법을 동원해 A씨는 B씨에게 다시 만나달라고 요구하면서 지속적으로 B씨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B씨로부터 계속해서 거절을 당하자 A씨는 다시한번 결심했다. “흉기를 이용해 B씨를 더욱 협박해서라도 다시 교제를 하겠다”고 말이다.

© News1 DB 
© News1 DB 

지난해 4월11일 오전 9시쯤. A씨는 강원 원주지역 자신의 주거지에 있던 흉기를 챙기고 B씨의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 앞에서 도착한 A씨는 흉기를 꺼내 “다시 만나자”며 B씨를 위협했다. 그러나 B씨가 “소란을 피우면 안된다”며 함께 B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한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찻집에서 B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언니, A씨가 나 찔러 죽이려고 흉기를 가지고 다닌대, 아침에 집에서 나오는데 흉기를 갖고 서 있는거야”라고 말했고, A씨에게는 “너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이후에도 B씨로부터 욕설을 계속 듣던 A씨는 자신의 분노를 이기지 못한 채 격분했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있던 흉기를 꺼내 B씨를 찔렀다. 이 과정에서 B씨가 팔을 잡는 등 저항했으나 A씨는 이를 뿌리치고 B씨를 20여회 찔렀다.

당시 A씨의 잔혹한 살인 범행은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특히 다른 손님들이 범행을 제지했음에도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A씨를 이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죽어야 한다”며 다시 수회 흉기로 찔렀다.

이 범행으로 B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장손상 등으로 결국 숨졌다.

범행 직후 A씨는 인근 모텔로 가 음독을 시도한 뒤 다시 사건 현장으로 가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범행의 경위에 대해 “술에 취해 범행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1심 법원에서는 “이 사건 범행을 반성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 News1 DB
© News1 DB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법원에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하기는 했으나, 진정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피해 회복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한 점과 피고인이 평소에도 이성에 대한 집착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재범의 위험성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징역 28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 측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으나 법원은 양측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는 지난달 2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2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고 반사회적이고, 범행 내용과 수법, 그 방법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유족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과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범행직후 자수를 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원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판단을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고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leejj@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