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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우크라이나 전쟁, 팬데믹 앓던 세계에 직격탄 날렸다

[우크라戰1년] ④세계 경기 침체 늪으로…원자재값 오르자 美 물가 9.1%↑
고강도 긴축에 탈세계화 가속화된 세계 경제…성장률 3% 초반으로 곤두박질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2023-02-04 07:31 송고
편집자주 이달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커다란 파고를 몰고왔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등 전세계 외교지형에 신냉전 체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군비경쟁에 불을 붙였고 한국 방위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뉴스1은 7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국제정세적 의미와 전망을 짚어보고자 한다.
26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박살이 난 주택이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6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박살이 난 주택이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오는 24일이면 개전 1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 가져온 파장은 막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깨어나려던 세계 경제에 '고물가'라는 악재를 불러왔으며, 세계 공급망을 미국과 러시아 양대 축으로 갈라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탈세계화 현상을 가속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고강도 긴축에 돌입하며 침체의 늪에 빠졌고, 전쟁 이전 4%대 중반이던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3.2%로 곤두박질쳤다. 가까스로 물가를 잡은 세계 경제는 차츰 회복하는 모양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전쟁은 언제든 다시 세계 경제의 목에 칼을 겨눌 수 있다.  
◇고물가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포탄…팬데믹 앓던 세계 경제에 직격탄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는 20만명에 달하는 병력과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화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을 또다시 맞닥뜨린 세계는 대규모 난민과 3차 대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3차 대전 우려보다 직접적으로 세계를 괴롭힌 것은 전쟁이 초래한 인플레이션 파고였다.

서방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등 경제 제재를 부과하자,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원유의 27%와 천연가스 4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이 카타르 등 중동의 다른 에너지 생산국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곧바로 전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촉발됐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배럴당 16달러였던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는 전쟁 약 4개월 후인 지난해 6월 120달러를 넘어섰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무려 7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값이 오른 것은 에너지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의 곡창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들판이 화염에 휩싸이자 곡물 가격도 고공행진했다. 밀과 지난해 3월, 대두 가격은 지난해 6월 각각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2020년 하반기부터 오르던 식량가격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지난해 3월 역대 최고치인 159.7포인트(p) 기록을 세웠다. 

에너지와 식량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연쇄작용으로 세계 경제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물가'가 닥쳤다. 특히 전쟁 이전 세계는 팬데믹 극복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쟁이 몰고 온 고물가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41년 만의 최고치인 9.1%까지 치솟았다. 유로존에서도 10월 10.6%, 영국은 11월 10.7%로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의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 후 기자회견을 갖고 “인플레이션 완화가 시작됐지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의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 후 기자회견을 갖고 “인플레이션 완화가 시작됐지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며 두어번의 금리인상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긴축에 빠진 세계 경제, 빨라진 탈세계화…풍전등화 세계경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방향을 기존 양적완화에 대한 점진적인 축소(테이퍼링)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급선회해야 했다. 당장의 경기 둔화 우려보다 물가를 잡지 못할 경우 피해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해 3월 0.25%p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지난 1일(현지 시간)까지 총 8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0.25%의 '제로금리'는 4.5~4.75%로 높아졌다. 이는 2007년 10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7월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0%에서 0.5%p 인상한 이후 9월과 10월 연속 0.75%씩 인상했고, 12월과 올해 0.5%p씩 인상해 3.0%로 끌어올렸다. 영국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5%에서 3월과 5월, 6월 0.25%p씩 인상했고, 8월, 9월 0.5%p씩 올린 데 이어 11월 0.75%p, 12월과 올해 2월 0.5%p씩 올려 4.0%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 몰고 온 또 하나의 변화는 지난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후 나타난 탈세계화 현상을 가속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향해 경제제재를 가했고, 중국은 그 빈틈을 파고 들어 러시아의 대유럽 에너지 수출 비중을 차지해 나갔다. 세계 경제 질서는 급속히 미국 대 러시아, 미국 대 중국으로 재편됐다.  

공급망 질서 붕괴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팬데믹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이어진 일련의 세계 분열 양상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7%까지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해 11월2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국제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해 11월2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국제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반토막난 세계경제성장률…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 이후 펼쳐진 이례적인 인플레이션과 세계 각국의 긴축 정책, 기존 공급망 붕괴로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IMF는 지난해 1월 4.4%였던 지난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쟁 발발 이후인 4월 3.6%로 낮췄고, 7월에는 3.2%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쟁 이전이던 2021년 12월 2022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4.5%로 내다봤지만, 6월에는 1.5%p 낮춰 3%로 전망했다.  

고강도 긴축으로 물가상승률을 어느정도 해결한 세계경제는 점차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IMF는 올해 중국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2.7%에서 0.2%p올린 2.9%로 예측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 커다란 변수로 남아있다. 위축된 에너지·식량 공급망은 회복이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회복이 요원하고, 전쟁 양상에 따라 도리어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1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가계 저축 회복, 에너지 가격 완화, 탄탄한 노동시장, 중국의 일상 회복을 올해 세계 경제의 호재로 꼽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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