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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경제·안보 뒤흔든 우크라 전쟁 1년…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戰1년]①국민 절반이 우크라 떠나…인플레·공급망 영향에 신냉전 본격화
멜리토폴 핵심 격전지 될 듯…전쟁 장기화 불가피하다는 전망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023-02-01 06:04 송고 | 2023-02-01 09:20 최종수정
편집자주 이달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커다란 파고를 몰고왔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등 전세계 외교지형에 신냉전 체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군비경쟁에 불을 붙였고 한국 방위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뉴스1은 7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국제정세적 의미와 전망을 짚어보고자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화하면서 곳곳에서 포성과 폭발이 잇따랐다. 사진은 지난해 2월24일(현지시간) 폭격에 인한 폭발로 불타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2022.2.24/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화하면서 곳곳에서 포성과 폭발이 잇따랐다. 사진은 지난해 2월24일(현지시간) 폭격에 인한 폭발로 불타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2022.2.24/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무장화와 탈나치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지난해 2월24일 새벽, 20만 명에 달하는 병력과 미사일, 탱크를 앞세워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달 말이면 일년을 맞이하지만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막대한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신 냉전은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팬데믹에서 한숨 돌리는 것으로 보였던 세계 경제는 에너지·식량 위기로 신음했고,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각국 중앙은행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또한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이 생겨났고, 핵무기가 사용되는 3차 대전의 전운도 감돌고 있다.

◇러 기습공격과 우크라의 거센 저항…교착 장기화

'특수 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한 러시아는 개전 초반 여러 방향에서 우크라이나를 기습적으로 침공했다. 북쪽에선 벨라루스를 통해 키이우를 노렸고, 북동쪽에선 하르키우를 겨냥했다. 남쪽 크름반도와 남동쪽 루한스크 및 도네츠크에서도 러시아의 공격은 맹렬했다. 또한 키이우 인근 비행장에는 공수부대를 보내 정부 장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키이우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전쟁이 빠르게 끝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병참 문제로 러시아의 진격은 3월 들어선 멈춰 섰고, 4월엔 병력이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고 퇴각했다.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집중 공세를 가하며 점령지를 확대해갔다. 전선은 우크라이나 북동쪽 하르키우부터 남부 헤르손까지 길어졌다.
우크라이나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며 점령지를 탈환해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 가을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을 앞세워 9월 하르키우, 헤르손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600마일(965㎞)가량에 달하는 전선을 두고 양측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돈바스 지역 요충지인 바흐무트를 중심으로 동부 전선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전쟁 1주년을 전후해 30만 증병으로 다시 한 번 대규모 공세를 감행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현재로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독일의 주력 전차 지원 결정이 수개월 이어진 교착 국면에 변동을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러시아 측은 서방의 탱크 지원 결정으로 "우크라이나 측과 대화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고 반발했다.

◇식량 및 에너지 위기…전세계 강타한 인플레이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끔찍한 인도주의적 재앙을 맞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모두 799만6573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유럽 국가로 이주했다. 국경을 넘어 탈출한 사람은 총 1792만3566명으로, 우크라이나 인구 중 절반이 삶의 터전을 잃은 셈이다.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인 폴란드 프셰미실 문화센터에 마련된 피란민 대피소에서 피란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3.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인 폴란드 프셰미실 문화센터에 마련된 피란민 대피소에서 피란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3.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전쟁은 전 세계 불황의 방아쇠로도 작용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1.7%로 하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1%에서 2.2%로 내렸다. 그 배경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목됐다.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불타며 밀 생산량이 급감, 세계 곡물 가격은 치솟았다. 밀 가격은 지난해 3월, 대두 가격은 지난해 6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서방의 전방위적 경제 제재에 대해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으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유럽의 경우 전쟁 전에 천연가스 공급의 1/3을 러시아에 의존했다. 유럽국가들이 카타르 등 다른 가스 생산국을 통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에너지 대란은 전세계로 확산됐다. 또한 식량 및 에너지 위기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서둘러 긴축조치에 나섰고, 신흥국의 부채 위기는 고조됐다.

미·중 갈등에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져 '신냉전'이라는 지정학적 분열도 본격화하고 있다.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는 "러시아의 정치적 고립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동맹 혹은 비동맹 자체가 궁극적으로 국제질서의 기반이 되는 평화와 안보를 약화시킨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서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차시우 야르에서 러시아 군의 로켓 포격을 받아 부서진 주택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차시우 야르에서 러시아 군의 로켓 포격을 받아 부서진 주택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평화협상 조짐 없어…2024년 선거 변수

러시아군의 춘계 공세가 관건이지만,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전쟁학과 바버라 잔체타 교수은 BBC에 올해 말에도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잠재적인 평화협상을 위해서는 적어도 한쪽의 핵심 요구가 바뀌어야 한다"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증거도, 일어날 것이라는 징후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점령지 반환,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 전쟁범죄 처벌 등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조건으로 내걸며 협상 거부를 시사해 왔다.

앞으로 핵심 격전지는 멜리토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 정치 분석가 안드레이 피온트콥스키는 우크라이나가 춘계 공세를 통해 영토를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멜리토폴을 점령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아조우해로 쉽게 이동해 크림반도로 가는 공급과 통신선을 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자포리자 남쪽의 탁 트인 대초원을 넘어 멜리토폴을 향해 진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멜리토폴은 러시아에 중요한 물류 경로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 도시를 점령할 수 있다면 남쪽 점령지를 쪼개고, 크림반도 공급선에 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멜리토폴을 장악하더라도 전세를 뒤집기는 힘들 수 있다. 포린 어페어스는 "서방의 군사적 지원이 많아진다 해도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쫓아내는 것은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멜리토폴과 아조우해를 향해 성공적인 공세를 계속할 수 있지만, 러시아 방어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에는 이 공세를 유지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4년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같은 해 11월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금은 물론, 부족한 화력과 물자 등을 나토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즉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과 우크라이나 국민은 전쟁 지속에 반감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미국 국들의 세금으로 이 전쟁을 지속할 것이냐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상에서의 어떤 군사작전보다 미국 대선이 더 결정적일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이 군사, 재정적 지원을 중단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푸틴에 저항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인들은 민주당이 대통령직을 뺏기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다"며 "또 바이든과 유럽 동맹국들에는 우크라이나가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는 데 힘이 실리지만, 군사적으로 패배할 경우 푸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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