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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덮친다…로펌들 "금융·부동산·회생 전문가 TF 꾸렸다"

주요 로펌 위기대응 조직 마련…화우 첫발·김앤장 최대 규모
분야별 전문가 협업하고 외부 인재 충원 "분쟁 자문 늘어"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이준성 기자 | 2023-01-05 06:00 송고 | 2023-01-05 09:37 최종수정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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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겁니다. 지난해말부터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기관 간 사업 중단에 따른 책임 범위를 두고 자문 요청에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대형 로펌 17년차 변호사)

부동산 시장을 시작으로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서 주요 로펌들에 '불황형' 사건 수임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로펌들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영입하고, 사내 전문 인력을 끌어모아 100여명에 육박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시장 위기가 단순히 기업 간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시스템 리스크를 진단하고 자문을 건네는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대형 로펌별 금융, 부동산, 도산, 회생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총출동한 이유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화우 기업위기대응팀이 지난달 15일, 21일 개최한 '부실PF사업장에서의 시공사·대주 대응 세미나'에는 150여명이 참석했다. 예상을 웃도는 인원이 모였다는 게 화우 측 전언이다. 부동산 시장 냉각과 경기 둔화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기업인과 법조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기업위기대응팀장을 맡은 박영우 변호사는 "세미나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웠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올해 상반기 사업 중단에 따른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PF는 사업자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높은 사업성이 기반이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사 ‘돈맥경화’가 심화하고 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서울 분양시장 최대어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의 당첨자 계약 때 미계약분 발생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영향으로 건설사와 증권사가 구조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2022.12.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서울 분양시장 최대어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의 당첨자 계약 때 미계약분 발생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영향으로 건설사와 증권사가 구조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2022.12.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대형 로펌들은 부도·회생뿐만 아니라 기업 간 분쟁, 나아가 인수합병(M&A)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국내 '주요 로펌'(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율촌·화우·지평)은 강점에 맞춰 위기대응, 부실자산, 부동산PF 등의 전담팀을 꾸렸다.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기업위기대응팀'을 꾸려 건설, 기업자문, 금융 등 사업그룹별 전문가들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설 전문재판부 출신의 홍승구 변호사, 지식재산·회생파산 판사 출신의 김창권 변호사 등 25여 명 규모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은 지난해 11월 부동산, 건설, 금융규제, 도산, 구조화금융, 기업구조조정 등 전문가 100여 명으로 구성된 '부동산 PF 위기대응 TFT'를 구성했다. 국내 최대 규모다.

태평양은 2020년 출범한 '위기진단대응본부'를 기반으로 지난해말 건설, PF 전문가 중심으로 '부동산PF 리스크 대응팀'을 출범했다. 지평은 금융소송과 채권거래 등 위주의 '부동산PF정상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금경색으로 부실채권(NPL) 시장 확대에 대비하는 로펌도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부동산대체·금융증권분쟁·건설부동산그룹 소속 50여명의 변호사가 모여 '부실자산관리팀'을 발족했다. IMF 직후부터 부실채권팀을 꾸린 광장은 채권미회수, 공사중단 리스크 등에 대응하는 50여명 규모의 '부동산PF리스크 관리팀'을 신설했다. 율촌은 금융감독원, 미래에셋 등 금융 베테랑 변호사를 영입하고 신탁, 도산 전문가가 포함된 '부실자산 신속대응 TF'를 발족했다.

법조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기존 대출 연장 내지 신규대출 제한, 개발 현장의 이해관계자 간 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이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부동산개발사업 브리지론 연장, PF대출 실행과 공사도급 변경 관련해 차주나 시공사로부터 계약해석과 분쟁성 자문 의뢰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1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파산금융회사 담보 부동산 매각설명회'에서 담보부동산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News1 유승관 기자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1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파산금융회사 담보 부동산 매각설명회'에서 담보부동산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News1 유승관 기자

올해 상반기가 향후 수년간 부실여부를 확인할 시험대라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유동화증권은 35조원에 육박한다. 돈줄이 막힌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시공사로 부실이 옮겨가고, 자금을 지원한 금융사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로펌의 역할이 자연스레 부각된다. 지난해 세종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중도개발공사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채무불이행과 회생절차 신청 가능성이 커지자 매매계약을 체결한 관련 업체에 중도금대출 대주단과의 협상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대형로펌 TF 관계자는 "위기가 커질수록 기업의 법률적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파악하고 자금 변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피상적 상식으로 대응할 경우 더 큰 위기에 빠지고 형사적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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