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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표 마라맛 '결혼지옥'…아슬아슬한 공감과 경악 사이 [N초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2-11-13 06:00 송고 | 2022-11-13 09:45 최종수정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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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월요일의 화제의 프로그램은 단연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이다. '결혼지옥'은 어느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부부 갈등의 고민을 나누는 리얼 토크멘터리로 '국민 육아멘토' 오은영 박사가 함께 한다. 지난 5월 1회가 처음 방송된 이후 지난 9월19일부터 정규 편성을 시작해 평균 5~6%대(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을 기록 중으로, 동 시간대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해온 예능인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 보다 높은 성적을 내고 있다.

'결혼지옥'은 오은영 박사의 객관적인 시선과 조언을 바라는 부부가 출연해 평소 일상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가감없이 공개하고, 이를 통해 솔루션을 들어보는 방식을 취한다. 방송 초반에는 안무가 배윤정과 그의 남편 서경환을 비롯해 배우 김승현의 부모인 김언중 백옥자 부부, 개그우먼 조혜련의 동생 조지환과 그의 아내 박혜민 등 유명인들도 출연했다.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한 9월부터는 비연예인 부부들이 주로 출연하며 방송 초반 당시보다 더욱 날것의 문제들로 돌아와 주목도를 높였다.

최근의 '결혼지옥'은 연예인, 셀럽 부부들의 결혼생활 문제를 보여줬던 당시보다 비연예인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며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이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동상이몽2'와 방향성을 달리한 것이라 더욱 고무적이다. 11회의 '빼빼 부부' 방송분에서는 20년째 다이어트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남편에 대한 설움을 토로하는 아내의 사연이 소개됐고, 12회의 '물불 부부' 방송분에서는 아이들을 방치한 채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아내의 사연이 소개됐다. 16회 '보스 부부' 사연에서는 예민한 아내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답답함을 유발하는 남편의 사연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회차들은 대부분 서로 간의 성향 차이나 스스로와 상대에 대한 이해 부족,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불거진 부부 문제가 담겼다. 이후 부부들도 오은영 박사와 함께 관찰 카메라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서로를 더 이해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오은영 박사 또한 출연자의 성향과 내면의 상처에 먼저 공감하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던 상대 배우자에게 설명해주고 솔루션을 제시했다. 전문성과 공신력 있는 멘토의 객관적 판단에 부부들도 그간 자신의 잘못이나 문제들을 비로소 인정하고 똑바로 직면하게 됐다.

MBC 결혼지옥 캡처
MBC 결혼지옥 캡처
오은영 박사의 조언이 실질적으로 이들의 결혼생활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대중이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일상에서 줄곧 반복돼 오던 많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다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두가 희망을 보기도 한다. 고구마 같은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했던 '결혼지옥'에서 오은영 박사의 한마디 한마디는 시청자도 귀 기울여 듣게 만드는 사이다 같은 조언이기도 하다. 제작진 역시도 남편과 아내 중 어느 한쪽의 문제를 치우쳐 담기 보다 두 사람을 교차로 담으면서 객관적으로 이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장점을 갖춘 '결혼지옥'에도 우려되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13회 우즈베키스탄인 아내에게 폭언하는 남편의 사연, 14회 젊은 시절 남편의 두 번의 외도로 큰 상처를 입은 70대 아내의 사연, 15회 쌍둥이 남매를 키우고 있는 결혼 7년차 부부가 술만 마시면 서로에게 폭언하는 사연 등은 일부 자극적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특히 가장 최근 방송분인 17회 CCTV 부부 사연에서는 둘이 합쳐 결혼만 5회째인 부부가 등장했다. 만난 지 2주 만에 살림을 합쳐 서로의 자녀 4명까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 했으나, 남편이 전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도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불신을 심어준 사연이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결혼지옥'이 갖는 순기능도 분명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청을 통한 자극성에 시청자들이 계속 노출되는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거 부부 사연을 각색해 재연 드라마로 선보였던 '사랑과 전쟁'은 일부 픽션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결혼지옥'은 날것의 생생한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후자에 보다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자극성을 더 추구하거나, 이에 둔감해질 여지도 있다. 부부간의 '갈등'과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 특성상 자극적인 장면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갈 수 없다는 점도 제작진의 딜레마다. 

이와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이라고 하면 좋은 것만 이미지화해서 떠올리는데 실제 결혼생활은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이 많다"며 "'결혼지옥'은 그런 것들을 끄집어내서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것이 과연 오은영 박사의 상담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가 관건"이라며 "상담 차원에서 넘지 못할 사연들도 더러 소개하진 않았나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제작진이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선 "결국 소재를 잘 선정해야 한다"며 "이젠 매주 정규 편성으로 방송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송을 채워가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핵심적인 것은 소재를 잘 선별하는 것"이라며 "시청자들 역시도 프로그램이 실제 문제를 해결해주는 측면에서 보여주는가, 프로그램이 자극성만 보여주진 않는가 잘 들여다보는 비판적인 관점을 갖고 볼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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