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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그만]⑤ 중대법 '낮은 구속력' 문제…여야 개정안 9건, 해법은 차이

野, 법 적용 사각지대 없애고 유예기간 폐지 '처벌 강화' 초점
與, 일률 규제·형벌보다 '행정적 페널티' 안전 예산 투자 유도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2022-11-11 06:00 송고 | 2022-11-11 08:47 최종수정
편집자주 1월27일 발효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개월째,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더 큰 책임을 묻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노동 현장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터에서 죽음이 끊이질 않는다. 중대법 시행 후 9월말까지 433건의 중대재해로 446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시행 전과 매한가지다. 중대법 그물망도 빠져나가는 구멍이 여전히 큰 까닭일까. 현행 중대법 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각지대를 조명하기 위해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적 한계를 6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올해 1월말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해 이익을 보는 쪽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는 데 있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인 기업과 건설 규모 50억원 이상인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법이 시행됐음에도 산업 재해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는 483건으로, 사망자는 총 510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 사고(492건)는 9건 줄었지만, 사망자(502명)는 8명 증가한 수치다.

새로운 법 제정에도 수치가 줄지 않은 데에는 여러 배경이 있는데 노동계에서는 법의 사각지대와 법의 약한 구속력을 꼽는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법의 모호성이 많다며 사업주의 자율 의지로 안전보건 의식을 갖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여야 의원들의 움직임도 다르다. 입법 보강이 필요하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그 방법을 두고는 다른 견해를 내고 있는 것이다.
◇ "문제 해결의 핵심은 여전히 법의 구속력과 사각지대"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통과된 이후 이 법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출된 개정안은 총 9건이다. 그중 한 건을 철회됐고 총 8건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계류돼 있는 개정안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처벌을 강화하는 쪽과 완화하는 쪽이다.

야당 의원들이 낸 법안은 법의 적용 대상을 넓히고 처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꼽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지점은 이 법의 유예기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이 법의 제정 과정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조항은 현재 최대 사각지대로 작용하고 있는데 올해도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가 308명이었다. 이는 전체의 60.3%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대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도 이같은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경영책임자 등의 범위에서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를 삭제하고 법인의 대표이사와 이사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주에 대한 법 적용 배제 규정을 아예 삭제했으며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위험한 작업장에 근무자 2인 1조 배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해당 개정안은 벌금의 하한선을 1억 원으로 하는 내용이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는 벌금의 하한선이 없어 법의 구속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14일 울산지법 형사3단독 김용희 판사는 안전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작업 중인 근로자가 추락사한 업체의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000만원이라는 벌금도 1심 판결에서는 많은 금액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과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공개된 1심 판결문의 평균 벌금액은 450여 만원에 불과했다.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 판결에서도 개인은 평균 350만 안팎, 법인도 500만원대 벌금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구속은 없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산재 상해·사망사건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57.26%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도 33.46%나 됐다. 징역 및 금고형은 2.93%에 불과했다. 벌금형의 경우에는 개인의 경우 420만원, 법인은 448만원이었다. 소중한 생명과 맞바꾼 벌금이 고작 수백만원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이같은 의미에서 벌금의 하한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규제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비싼 벌금을 부과하지 않을 경우 사망사고를 낮추는 실효성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 "법의 모호성이 문제…처벌로 재해 예방하는데 한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현 정부에서 수립 중인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발표되고 난 이후에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내 로드맵 발표를 목표로, 현재 각계 분야의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인데,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을 최고경영책임자(CEO)에서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위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아울러 현재 '경제 형벌규정'적 성격을 '행정제재'로 전환하거나, 형량을 햐향 조정하는 등의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처벌의 수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읽힌다.

계류된 9개의 개정안 중 단 하나가 여당에서 발의한 법안인데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과 비슷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 만으로 모든 재해를 예방할 수 없는 만큼 안전 예산을 폭넓게 지원하고 안전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을 유도하는 데 있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률 적용의 다툼이 있을 수 있고 과도한 처벌로 인한 선량한 자의 억울한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며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 적용, 중대재해 예방 감지 및 조치 지능화 등을 하기 위한 정보통신 시설의 설치 등을 이행하고, 이를 인증 받은 경우에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적용하는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적시했다.

또 개정안에는 이를 인증받은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적용하는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과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노동부 역시 비슷한 취지로 기업의 안전보건 예산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역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이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보건 예산이 공개돼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 요소로 반영된다면 기업이 좀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산업 안전에 투자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매달 사고 건별로 기업명과 위반 사항, 벌금, 이전 사고 이력 등을 공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산업재해율이 업종 평균 이상인 사업장 등 특정 요건에 해당하는 사업장만 1년에 한 차례 공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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