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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플랫폼의 명과 암]②돈 내고도 목빠지게 기다려야…'유료소통'의 민낯

돈에 눈먼 '팬심 장사'…돈에 멍든 '팬심'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2022-08-16 07:20 송고 | 2022-08-16 11:34 최종수정
편집자주 H.O.T 팬클럽 '클럽 H.O.T'는 텔레비전 앞에서 '최애(가장 좋아하는 연예인)'를 만났다.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는 포털 사이트 팬 카페에서 최애 멤버가 직접 남긴 편지를 읽었다. 지금 이 시각 팬들은 스마트폰으로 '팬덤 플랫폼'에서 연예인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덕질'도 '현질'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시대다. '팬덤 플랫폼' 현상의 명과 암을 조명해본다.
팬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뉴스1 남해인 기자

'팬덤 플랫폼'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굿즈' 판매,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독점 콘텐츠 등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수익성을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팬덤 플랫폼의 이면에는 미흡한 소비자 보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과도한 '현질'을 유도해 '팬심 장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대 월 22만9000원권까지 팔면서…'유료소통' 없어도 환불 안해줘

자신을 '유니버스 열혈 이용자'라고 소개한 대학생 A씨(21)는 대표 서비스인 '프라이빗 메시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연예인이 한 달간 단 하루도 팬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많아 봤자 한달에 두세 번 온 적도 있다"며 "그래도 환불은 안 해준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와 SM엔터테인먼트 디어유의 '디어유 버블(버블)', '리슨'이 운영 중인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는 서비스 품질과 환불 정책에 관한 문제로 계속 팬들의 원성을 샀다. 오죽하면 메시지를 잘 보내주는 연예인을 두고 '효자', '효녀'라고 부르는 문화가 생겨났다. 
유니버스와 버블은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는 '월구독형'이다. 유니버스는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와 독점 콘텐츠 이용권이 포함된 1인권을 월 7900원, 2인권을 월 1만1500원 등에 판매 중이며, 최대 월 22만9000원인 70인권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버블과 리슨은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만 제공한다. 1인권을 월 4500원, 2인권을 월 8000원 등에 판매한다. 리슨과 버블은 인원 수가 많은 그룹의 경우 16인권 월 5만7000원까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리슨' 애플리케이션 갈무리©뉴스1 남해인 기자
'리슨' 애플리케이션 갈무리©뉴스1 남해인 기자


'유니버스' 애플리케이션 갈무리©뉴스1 남해인 기자
'유니버스' 애플리케이션 갈무리©뉴스1 남해인 기자

문제는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메시지 전송 빈도가 연예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이라는 점이다. 버블을 이용하는 회사원 B씨(27)는 "버블의 경우 한 달에 한 통도 안 오면 환불해준다고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딱 한 통 오는 경우"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 통이라도 오면 환불 못 한다. 괜히 억울하고 연예인이 미워지기까지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버블 이용자 회사원 C씨(27)는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프라이빗 메시지에서 말실수를 해서 그룹의 모든 멤버가 버블을 쉰 적이 있었다"며 "2주 동안 버블을 못 받았음에도 부분 환불은 안 된다며 환불 요청이 거절됐다"고 토로했다.

유니버스의 공지글에 따르면 연예인이 프라이빗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고객에게 이용권을 환불해주지 않는다.

유니버스 관계자는 환불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기자의 질문에 "멤버십에는 독점 콘텐츠 이용권 등이 포함되어 프라이빗 메시지의 채팅 유무만으로 환불 진행이 어렵다"고 답했다. 또 '연예인에게 메시지 전송을 요구하는 회사 차원의 조치가 있냐'는 질문엔 "장기 미사용 아티스트는 독려하는데 관련 조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반면 버블과 리슨의 경우, 애플리케이션 'FAQ'의 '환불 관련' 공지에 '이용권 구매 후 30일 동안 아티스트 메시지 미 수신, 답장 미 발신 시 이용권 종료일로부터 7일 이내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1건 이상의 메시지를 수신'할 경우 환불이 불가능했고 서비스 품질에 관한 별도의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팬덤 플랫폼은 소비자의 기대 심리를 이용한 사업"이라면서 "서비스가 적절하지 않게 제공되는 부분엔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임이 없음을 약관에 명기했다는 이유로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의무가 없다고 플랫폼 측에서 주장할 여지는 있지만 플랫폼에서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지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버스 샵'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위버스 샵'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점점 더 돈으로만 엮이는 기분"…'현질' 권하는 팬덤 플랫폼

10년이 넘도록 아이돌 그룹을 이른바 '덕질'해왔다는 B씨는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점점 더 돈으로만 엮이는 것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덕분에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접점이 많아지고 콘텐츠가 다채로워져서 좋다"면서도 "'현질'하라고 계속 부추기는 느낌이라 허탈할 때가 있다"고 했다.

'위버스'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 갈무리©뉴스1 남해인 기자 
'위버스'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 갈무리©뉴스1 남해인 기자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는 연예인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위버스 샵'을 운영한다. 앨범, 공연 티켓, 독점 '굿즈' 등을 한곳에 모아놨다. 연예인의 새 앨범을 위버스 샵에서 구입하면 전용 특전을 제공하기도 한다. 연예인과 소통하는 팬 커뮤니티를 이용하기 위해 위버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팬심을 유혹하는 상품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구조다.

'유니버스' 애플리케이션 갈무리©뉴스1 남해인 기자
'유니버스' 애플리케이션 갈무리©뉴스1 남해인 기자

자체 '재화'를 발행해 유료 구독 서비스 외 또 다른 형태의 과금 체제를 구축해놓은 플랫폼도 있다. 유니버스는 플랫폼 내 '캐시'와 같은 무료 재화 '클랩'과 유료 재화 '러브'를 발행한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해당 멤버십 가격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패키지' 구매를 통해 멤버십 가입을 하지 않고 재화만 구입할 수도 있다. 재화들로 연예인 '서포트(광고 게시, 커피차 등을 위한 모금)'에 참여할 수 있고, 콘텐츠를 조회하고 다운로드받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재화들을 통해 다양한 과금 서비스들을 구비해놓은 셈이다. 

팬 미팅, 팬 사인회 티켓 등에 응모할 수 있는 '응모권'도 발행한다. 클랩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클랩을 모으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하거나 '패키지'를 구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응모권은 클랩으로만 살 수 있는데 스토어에서 클랩만 따로 살 수 없다. 러브와 클랩을 무조건 세트로 사게 돼 있다"며 "응모권을 돈으로 사려면 무조건 두 재화를 다 구입해야 하는 점이 좀 치사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니버스 관계자는 "클랩은 무료 재화인데 미션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한다"며 "플랫폼 안에서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넣은 것이고, 지속해서 인앱결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던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는 것)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유료소통' 안하면 소외감 든다…'현질', '덕질' 위한 선택 아닌 필수로

"버블에서 한 이야기 기억나요?"

요즘 팬덤 문화에서 자주 쓰이는 말인 '유료 소통'은 이전보다 더욱 '유료화'된 팬 서비스의 단면을 보여준다.

팬들은 유료 소통 서비스가 생기니 SNS 등을 통한 '무료' 팬 서비스는 이전보다 소홀해졌다고 느낀다. 회사원 박하진 씨(26)는 "3명의 버블을 구독해봤다. 팬과 연예인의 소통이 유료 서비스에 국한되는 게 아쉽다"면서도 "연예인의 입장이 이해된다"고 했다. 유료로 구독하는 팬들에게 응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료 소통, 플랫폼 독점 콘텐츠에 팬 서비스 비중을 둘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팬덤 문화 특성상 팬과 연예인의 소통뿐만 아니라 팬들끼리의 상호 작용도 중요한 요소다. 팬덤 플랫폼에서의 '현질'은 '덕질'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박 씨는 "연예인들은 팬들이 거의 다 유료 소통을 한다는 가정 하에 말하기도 한다"며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를) 안 하는 사람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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