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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플랫폼의 명과 암]①스타가 읽씹 않고 답장…덕질도 '현질' 시대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2022-08-16 07:20 송고 | 2022-08-16 11:04 최종수정
편집자주 H.O.T 팬클럽 '클럽 H.O.T'는 텔레비전 앞에서 '최애(가장 좋아하는 연예인)'를 만났다.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는 포털 사이트 팬 카페에서 최애 멤버가 직접 남긴 편지를 읽었다. 지금 이 시각 팬들은 스마트폰으로 '팬덤 플랫폼'에서 연예인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덕질'도 '현질'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시대다. '팬덤 플랫폼' 현상의 명과 암을 조명해본다.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화면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화면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팬덤 플랫폼은 '현질'의 집합체다."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이용하는 대학생 A씨(25)는 "팬덤 문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소비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팬덤 문화에도 바야흐로 온라인 '현질(상품 구매에 돈을 쓰는 일)'의 시대가 열렸다. 앨범과 '굿즈' 상품, 콘서트 티켓 구입이 전부였던 팬덤 소비가 플랫폼의 등장으로 범위가 온라인 콘텐츠까지 확대됐다.

팬덤 플랫폼은 팬과 연예인의 소통 창구이자 '덕질(어떤 분야를 좋아하고 파고드는 행위)'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공간이 됐다. 매달 비용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는 '월구독형' 독점 콘텐츠로 '팬심'을 유혹하고 있다. 팬덤 문화의 새로운 장으로 자리잡으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주요 수익 모델로 떠올랐다.

엔씨소프트 제공© 뉴스1
엔씨소프트 제공© 뉴스1

◇"팬 카페는 옛말"…팬덤 문화의 모든 것, 플랫폼으로 통한다

'프라이빗 메시지'는 팬덤 플랫폼의 대표적인 월구독형 유료 서비스다. 마치 연예인과 실시간 1대1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팬들의 메시지를 연예인이 한꺼번에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면 개인 채팅방에 메시지 형태로 뜨는 방식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리슨', '디어유 버블(버블)'과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등이 운영 중인 서비스다.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는 첫 출시 이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버블을 이용하는 수험생 B씨(20)는 "내가 보낸 톡을 연예인이 확인하면 채팅창의 '1'이 사라진다. 진짜 소통하는 기분이 든다"라며 만족해했다. 버블 운영사 디어유에 따르면 구독 유지율이 월 90%일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팬 커뮤니티도 팬덤 플랫폼 속으로 들어갔다. 2019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하이브의 '위버스'를 필두로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SM엔터테인먼트의 '광야클럽(KWANGYA CLUB)'이 문을 열었다. 게시글을 통해 소통하고 연예인의 일정을 공지하는 커뮤니티 기능을, 기존 포털 사이트 팬 카페와 소속사가 운영하던 공식 웹사이트에서 팬덤 플랫폼으로 옮긴 것이다.

팬덤 플랫폼을 빼놓고는 ‘덕질’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의 모든 콘텐츠와 상품 판매가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있다. 위버스와 유니버스는 유료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유료 회원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장르는 영상, 화보, 라디오, 음원, 쇼케이스, 팬 미팅 등 다양하다. 유니버스는 지난 6월 기준 총 6288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했고, 누적 조회수는 2400만 회를 기록했다.

위버스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오프라인 콘서트에 참석하기 어려운 팬들이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재작년 위버스는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라이브 공연인 '방방콘 더 라이브'를 개최했다. 동시 접속자 75만을 기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팬덤 관련 상품 ‘굿즈’와 앨범 판매, 공식 팬클럽 모집도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튜브 팬 계정 영상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유튜브 팬 계정 영상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우리 최애 좀 보세요"…'소통하는' 팬덤 문화, 플랫폼 성장 이끌어

3년 남짓 역사를 가진 팬덤 플랫폼의 급성장 비결은 팬덤 문화 특유의 '셀프 재생산'이다. 1990년대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으로 책받침을 만들어 사용했고, 2000년대 들어 통신이 발달하며 '팬픽(팬이 쓴 소설)'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팬들의 콘텐츠 재생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팬 계정을 개설해 ‘최애(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의 행보를 홍보하고, 연예인과 관련된 콘텐츠를 '짤', 영상 등으로 재생산한다. 팬들은 이와 같은 ‘덕질’ 콘텐츠를 즐기며 소통한다. 케이팝이 전 세계로 울려 퍼질 수 있게 된 배경 중 하나다. 팬과 연예인의 소통만큼 팬들'끼리'의 소통도 팬덤 문화의 핵심 요소다.

'버블' 이용 관련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버블' 이용 관련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팬덤 플랫폼도 예외가 아니다. 팬덤 문화 특성에 힘입어 독점 콘텐츠의 영향력은 재생산되고 공유되는 방식으로 플랫폼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새 콘텐츠가 올라오면 팬들은 소셜미디어로 이동해 저마다 팬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고 소감을 나눈다. 한 연예인이 프라이빗 메시지를 보내면 '#버블', ‘#프메(프라이빗 메시지)’ 해시태그가 달린 트위터 게시물이 단 몇 분 안에 올라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상, 화보, 라디오, 음원 등 독점 콘텐츠의 힘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입소문에서 나온다. 자연스레 광고 효과가 생기기 때문. 팬뿐만 아니라 평소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도 유료 멤버십으로 유입된다. '이번 한 달만', '나도 영상 하나만' 보려다 계속 구독을 유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유니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C씨(27)는 "트위터에 후기가 올라오는 걸 보고 구독을 시작했다. 다른 팬들이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니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며 "팬심이 없어도 재미가 있어서 구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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