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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자오→조은지, 실력파 여성감독들의 상업 영화 데뷔 [N초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1-11-14 06:00 송고
클로이 자오, 조은지, 정가영 © 뉴스1 DB
클로이 자오, 조은지, 정가영 © 뉴스1 DB

실력파 여성 감독들의 상업영화 데뷔작이 11월 연이어 개봉한다. 독립영화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발휘했던 여성 감독들은 조금 더 큰 규모의 영화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여성 감독들의 존재감이 더욱 빛나는 때인만큼,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거둘 성과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지난 3일 개봉한 마블 영화 '이터널스'의 연출자로도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온 세상에 각인시켰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카데미 작품상 분 아니라 할리우드 시상식 시즌에 무려 232개 상을 받은 '노매드랜드'는 한 여성의 여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담백하면서도 차분한 톤으로 담아낸 뭉클한 로드 무비였다. '노매드랜드'에 대한 호평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나, 그런 클로이 자오 감독이 마블 영화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관객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했다.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처럼 마블 영화의 주류를 이룬 유쾌한 액션 영화의 톤과 클로이 자오 감독의 스타일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가 하면, 그와 동시에 전혀 새로운 마블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했다.
'이터널스' 포스터 © 뉴스1
'이터널스' 포스터 © 뉴스1

개봉 이후 역시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기존 마블 영화를 예상했던 관객들은 특유의 유머와 스펙터클함이 줄어든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하지만 다른 부류의 관객들은 대담한 방식으로 새롭고 거대한 서사를 완성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력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양쪽 관객 모두 '이터널스'라는 작품 안에 클로이 자오 감독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터널스'는 12일, 개봉 10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할리우드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기만의 색깔로 사랑받던 독립영화 감독들의 상업 영화 데뷔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와 정가영 감독의 '연애 빠진 로맨스'다.

배우이기도 한 조은지 감독은 2017년 단편 영화 '2박 3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2박 3일'은 남자친구와 2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남자친구의 집에 간 여자가 이별을 통보 받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어 2박3일간 남자친구 가족과 이상한(?) 동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29분짜리 이 단편 영화는 색다른 설정과 색깔 있는 캐릭터들로 인해 호평을 받았으며, 감독 조은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는 작품이었다.
'2박 3일'에서 보여준 조은지 감독의 장점은 '장르만 로맨스'에서도 고스란히 살아났다. '이별'이라는 키워드로 여러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줬던 전작처럼, '장르만 로맨스' 역시 '로맨스'라는 키워드 안에서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여러 각도로 맺는 관계들을 묘사하여 유머와 공감을 자아낸다.
'장르만 로맨스', '연애 빠진 로맨스' 포스터 © 뉴스1
'장르만 로맨스', '연애 빠진 로맨스' 포스터 © 뉴스1

'연애 빠진 로맨스'의 정가영 감독 역시 독립영화계에서 당돌하고 발칙한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사랑 받았다. 2014년에 단편 영화 '혀의 미래'로 데뷔한 정가영 감독은 매년 1~2편의 영화를 내놓는 왕성한 창작력을 발휘해왔다. 대표작은 '내가 어때섷ㅎㅎ'(2015) '비치온더비치'(2016) '조인성을 좋아하세요?'(2017) '밤치기'(2018) 등인데, 그는 이 모든 작품에서 직접 주연을 맡아 연기를 하고,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해 화제를 모았다. 정가영 감독이 독립영화 작품들을 통해 보여준 솔직하고 과감한 이야기는 DNA처럼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인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도 묻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를 포기한 두 남녀가 데이팅 어플로 만나게 되고, 연애인 듯 아닌 듯 미묘한 관계 속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공개를 앞둔 '연애 빠진 로맨스'는 대세 배우 전종서, 손석구가 주연을 맡았다. 정가영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지 않은 상업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대중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준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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